하이큐

[하이큐/카게히나]불길 속의

물빛녘 2014. 7. 24. 01:52

※지언니가 던져준 힐러 카게야마 x 초보불마법사 히나타 설정

※카게히 

 

[하이큐/카게히나]불길 속의

written by. 티토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히나타는 입을 삐죽이며 눈앞의 책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라고 하고 싶은 거야?! 마나의 흐름이 어쩌구, 눈이 어쩌구. 안 그래도 이해 못하는 내용들인데 이걸 룬문자로 읽으라고?! 씨이, 지는 천재라 이거지? 신경질적으로 책을 넘겼다.

 

 자신이 이렇게 친하지도 않은 룬문자로 된 책을 읽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동갑이면서 스승인 카게야먀, 라는 자식이 내 준 숙제때문에 이 고생 중이었다. 짜증나……. 히나타는 책상에 엎어졌다. 정작 숙제를 낸 녀석은 마을탐방이나 다니고 있단 말이지. 나도 놀러가고 싶어!

 

 아, 그건 아닌가……. 히나타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다른 마법에도 능통하지만 특히나 치유계열마법에 뛰어난 카게야마니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러 다니고 있지 않을까. 아, 나도 돕고 싶다. 그렇다지만 어차피 자신은 불계열마법이외에는 아예 젬병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못 다루고 있으니. …카게야마는 짐덩이나 마찬가지인 나를 왜 데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어. 히나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숙제에 집중하자. 시선을 책에 고정시켰다. …큰일났다. 집중이 안 돼! 분명 글은 눈에 들어오는데 머리로는 안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 오늘 시험치는데. 또 혼나겠다…. 책과 씨름하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검은 로브를 걸친 카게야마가 들어왔다. 공부하고 있던 히나타를 힐끔 보더니 곧장 가방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 카게야마는 가방 안의 내용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적이더니 카게야마가 포기했는지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역시 다 썼나…."

 

"카게야마?"


 알 수 없는 행동에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부르자 카게야마가 히나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멍하니 서서 눈을 두어번 깜빡인 카게야마는 히나타와 책을 번갈아보았다.


"공부하고 있었냐."


"뭐…, 응. 근데 무슨 일 있어?"

 

 집중이 안 되서 발광하고 있었지만. 히나타는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심각한거지? 저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뭔가를 찾고 말야.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카게야마는 옷매무새를 고치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하고, 할 일 있어. 따라 나와."

 

"엥? 어, 어…. 알았어."

 

 저 카게야마가 숙제를 뒤로 미루라고 말하다니. 히나타는 얼빠진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카게야마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휙, 하고 나가버렸다. 황급히 로브를 챙겨 밖으로 나가자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는 카게야마가 있었다.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히나타가 고개를 갸웃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그제서야 고개를 든 카게야마는 마을 변두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히나타는 그 뒤를 쫓았다.

 

 여기는 정말 가난한 마을이구나. 히나타는 발을 바삐 옮기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어젯밤 도착했을 때,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허름한 집들이 수두룩했다. 저게 집인가 할 정도로 지붕이 무녀져내린 집도 있었다. 자신들에게 내어준 숙소는 마을 내에서 그나마 잘 사는 촌장네 집이었다. …어젯밤 쥐 무리와의 사투는 대단했지.

 

"카게야마,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도마뱀 잡으러."

 

 도마뱀? 히나타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카게야마가 도마뱀이라 부르는 것들은 3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첫째, 진짜 도마뱀. 둘째, 날개달린 도마뱀. 즉, 와이번. 셋째는 심장 떨리는데, 카게야마의 말에 따르자면 육중한 도마뱀. …드래곤. 그래서 지금 말한 도마뱀은 몇번째이려나. 로브 깃을 잡으며 짚어보았다. 세번째는 아닐 거 같고. 첫번째…? 아니, 그냥 두번째로 갈까.

 

"와이번 말야?"

 

"엉."

 

 앗싸, 정답. 소리없이 환호성을 지르던 히나타가 얼굴을 굳히며 카게야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와이번? 이성 없고 성질 사나운 와이번? 꼴에 날개 달려서 귀찮게 하다는 와이번? 걔 잡으러 가는데 왜 날 데려가?! 야, 카게야마, 넌 네 제자가 최하급 몬스터인 슬라임도 겨우 잡는다는 건 알고 있는 거지?!

 

"야…!"

 

 카게야마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소리를 지르려던 히나타를 돌아 보았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장난기 하나 없는 진중한 눈빛이었다. 조용해진 히나타에게 카게야마가 말했다.

 

"네가 뭔 말 하고 싶은 지 잘 알아. 너한테는 아직 힘들 거란 것도 알고. 하지만 지금 손이 부족해. 몇 명의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아. 장기적으로 치료마법을 사용해준다면 나을 수 있는 병이지만 우린 여기 오래 머물 수 없어."

 

 잠잠해진 히나타를 본 카게야마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히나타는 쪼르르 카게야마 옆에 섰다. 힐끔 히나타를 본 카게야마는 말을 이었다.

 

"마을 내에는, 짐작하겠지만 힐러가 없어. 그렇다고 의사도 없지. 사냥꾼들은 많지만, 책에서 봐서 알 거라 생각하는데 와이번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지. 그렇기때문에 그들한테 모든 걸 다 맡길 수가 없어."

 

"와이번의 뭐가 필요한 건데?"


"심장."


 와이번의 심장. 히나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와이번의 심장이라면 죽은 즉시 해부해서 꺼내야 마법재료라든가 약재로 쓸 수 있는 거잖아. 으에, 와이번 피부 진짜 두껍던데. 전에 카게야마를 따라가서, 카게야마는 와이번 잡고, 나는 심장 빼냈었지…. 그 때는 한 두마리였는데. 지금은 몇명이라고 하니까 그 배를 잡아야겠지. 그렇다면 그 때처럼 카게야마 혼자서 잡지는 못할테고.

 

"그럼 이번에 해부는 누가 해?"

 

"사냥꾼들. 와이번 피부가 질기고 두껍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놈들보다 더 한 것도 잡아 먹고 사니까 괜찮겠지. 방어에 좀 더 신경써야하긴 하겠지만. 와이번이 아예 철로 된 무기가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럼 내가 따라갈 필요 있어?"

 

 그제야 카게야마가 웃었다. 짓궂은 미소였다. 히나타는 불길함을 감지했다. 야, 너, 설마

 

"이론만 해선 되지 않지."

 

"이론도 덜 되어 있는데?!"


"괜찮아. 여차하면 내가 끼어들 테니까."


 …정말 괜찮은 걸까. 미심쩍은 눈빛으로 카게야마를 흘겨보던 히나타는 마을 외곽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검, 도끼 등등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냥꾼들인가.

 

"좀 전에 말씀드린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사냥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난 뭐하면 되는 건데? 카게야마를 계속해서 쳐다보았지만 카게야마는 앞을 볼 뿐 말해주지 않았다. 뭐야, 진짜. 불퉁한 표정으로 협곡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꽁무니를 쫓았다.

 

 우와, 여기 산 진짜 험난해. 바위들도 진짜 많아. 주위를 둘러보던 히나타는 협곡에 도착하자 입을 다물었다. 와이번들이 보였다. 후각이 나쁜 녀석들이니 아직 눈치는 못 챘을 것이 분명했다.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사냥꾼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히나타는 살짝 뒤로 물러나 그걸 바라보았다. 이럴 때 보면 정말 딴 사람같아. …정말 난 왜 데려온 걸까?

 

"히나타."

 

 카게야마가 손을 까딱하며 히나타를 불렀다. 히나타는 카게야마 옆으로 다가섰다. 카게야마는 하늘을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와이번이었다. 와이번? 와이번을 어떻게 해? 의아한 눈빛으로 카게야마를 보았다. 카게야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불을 사용해. 심장은 쉽게 상하지 않으니까 걱정말고."

 

"하지만 그 정도 화력은 안 나오는걸?"

 

"…넌, 할 수 있잖아? 괜찮아."

 

 히나타는 얼굴을 굳혔다. 할 수 있다, 내가? 정말 내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허공에 주먹만한 불 만든 것뿐인 내가?

 

 아니, 할 수 있잖아. 넌 그랬었잖아.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두를 죽일 뻔했잖아. 그래, 그랬었잖아. 만약 그 때 카게야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마을 사람들도, 나도 죽었을지도 몰라. 카게야마가 아니었더라면, 난 이곳에 있지 못 했어. 카게야마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더라면, 같이 가자 하지 않았더라면.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야. 카게야마를 위해. 응, 그거면 되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내가 또 힘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또 모든 게 그 날처럼 불타버리는 건가?

 

"괜찮아, 히나타. 손 좀 내밀어 봐."

 

 손을 내밀었다. 카게야마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썼다. 야, 간지러. 킥킥거리니 카게야마가 얌전히 있어, 라고 핀잔을 줬다. 쳇. 뭐라 적는 거지. 꽤나 길게 적고 있었다. 다 적었는지 카게야마가 손을 뗐다. 그리고 마나를 불어 넣었다.

 

"넌 그냥 네 힘을 쓰면 돼. 조절은 내게 맡겨. 그 때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 약속할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고른 뒤 앞으로 걸어갔다.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그렇구나. 그 때처럼은 되지 않구나.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히나타는 침을 삼켰다. 시각이 좋은 와이번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여러마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괜찮아, 카게야마가 있으니까. 주변의 소음이 사라졌다. 따뜻한 기운이 몸을 맴돌았다. 불의 마나였다. 슬며시 눈을 떴다. 아, 그 날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크고 붉고.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냄새, 황폐해진 마을….

 

"히나타!"

 

 그렇지만 그 때와는 달라. 히나타는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때와는 다르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카게야마가, 유일하게 내 가족이 되어 준 카게야마가 지금 곁에 있는걸.

 

 불길은 와이번들을 집어 삼켰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허리를 누군가 붙잡아주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손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였다.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히나타는 덩달아 웃음을 지었다. 모든 걸 불태웠던 그 날과는 다른 오늘. 카게야마,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나에게 손을 내밀어줘서,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네가 찾는 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라도, 어떤 곳이라도 널 따를테니까.

 

"고마워, 카게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