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오이카게/이와오이/이와쿠니/스가카게]
※오이카게, 이와오이이와, 이와쿠니?, 스가카게 캐붕8ㅅ8
왜 이렇게 컾이 많이 들어간 걸까...?
[하이큐/오이카게/이와오이/이와쿠니/스가카게]짝사랑
written by. 티토
좋아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람을 보면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는 것 같고,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펌프질을 한다던가. …그거 살 수는 있는 걸까.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데 살 수는 있나. 그건 너무 비약적인 건 아닐까. 아마도 내가 그 기분을 깨닫게 될 일은 없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사람의 미래는 함부로 단정지을 게 못되는 건가 보다. 자꾸 눈은 그를 쫓고 있었으니까. 그의 어떤 모습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없으면 불안하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듬직한 선배라 그랬던 것일까 고민했지만 그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를 향한 가장 큰 마음은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였으니까.
애석하게도 첫사랑은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소꿉친구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볼 때면, 그가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미워졌다. 내가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당신은 받고 있는데, 왜 오이카와상 당신은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거냐고. 운명의 장난인 건지는 몰라도, 오이카와상의 사랑을 받는 것은 자신의 중학교 동창이자 코트 위의 제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던 카게야마였다. 뭐, 그 녀석이라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겠지.
아직도 기억난다. 이와이즈미상도, 나도 중학생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부실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끊임없이 '토오루'라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차마 부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그날, 나는 무언의 거절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네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 라고. 아아, 그래서 결국 그 자리에서 숨죽여 울었다. 나중에 킨다이치가 울었냐고 물었을 때, 바보같이 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서, 라고 변명해버렸다. 이런 변명을 하게 될 지는 몰랐는데.
차라리 둘이 잘 된다면 이와이즈미상도 조금은 주변을 돌아봐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팔자에도 없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오이카와상을 도와 카게야마에게 연애감정을 자각시켜보려 했지만 역시 왕은 연애감각도 남다른 건지 결국 자각실패로 끝났다. …도움이 안 되요.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을 전할 생각은 없었다. 비겁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힘들 때, 다가가 위로해준다는 어설픈 작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은 무서웠다. 내가 마음을 전했을 때, 차인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보지? 같은 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어색하게 된다면? 그런 상황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와 이어지고 싶다는 것과 같은 큰 것은 이제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를 돌아봐주지 않는 오이카와상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카게야마와 이어주려 할 때는 언제고. 중학생 때는 그저 이와이즈미상이 나를 봐주셨으면 좋겠었는데, 이제는 누구의 옆에 있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의 곁에 설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아마 그 때는 심장이 터져버릴 거야.
"쿠니미쨩."
공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나를 오이카와상이 불렀다.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보니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지금 좀 껄끄러운 사람인데. 앞으로 걸어가자 오이카와상이 말했다.
"리시브 연습 도와줄까?"
"아뇨, 괜찮은데요."
"응, 이라고? 자자, 그럼 연습할까?"
…내 의견은? 빙글빙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오이카와상이 얄미웠다. 정말 저 사람은 이와이즈미상의 말을 가져오자면 경박하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와이즈미상은 그를 좋아하는 걸까. 도대체 저 사람의 어디를 보고? 같은 중학을 나왔지만 역시 이유를 모르겠다.
"…알고 계시죠?"
"응, 뭐가?"
공을 공중에 띄우던 오이카와상이 공을 잡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아, 역시 보이는 그대로가 다는 아니구나. 새삼 그리 느꼈다. 이 사람은 어딘가 뒤틀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경기에서는 믿음직한 선배였다. 알 수 없는 사람. 주먹을 나도 모르게 꽉 쥐었다. 하기야 내가 그에 대해 안다고 해도 얼마나 많이 알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오이카와상의 모습을 이와이즈미상은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 왠지 모르게 진 기분이 들었다.
"이와이즈미상 얘긴데요."
"아, 이와쨩? 응, 알고 있어."
다시 공중에 공을 던지며 오이카와상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그 마음을 외면하는 거죠?
"쿠니미쨩, 생각해 본 적 있어? 짝사랑하는 사람의 부류."
"딱히 없는데요."
"첫번째 부류, 좋아하는 사람이 그저 행복하길 바란다. 두번째 부류, 그의 옆에 자신이 있기를 원한다. 세번째, 행복하길 바라다가 조금씩 욕심을 가지게 된다. 네번째, 그의 옆에 있기를 소망하다 그 마음을 접고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뭐, 나 혼자서 정해본 거지만. 이와쨩은 첫번째 부류이겠고, 쿠니미쨩은 마지막에 속하려나. 예전에 나랑 토비오쨩 이어주려고 했던 적 있었지?"
"…사람을 그렇게 나누는 취미는 없는데요."
퉁명스럽게 대꾸한 내 말에 오이카와상이 웃음을 터트리셨다.
"쿠니미쨩은 이와쨩한테 자신의 마음을 전해보려는 생각해 본 적 있어? 이와쨩은 나한테 단 한 번도 좋아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거든. 그래서야. 그래서 모른 척 중. 이와쨩이랑 나는 꽤 오래된 친구 사이니까 말야. 이와쨩도 이 관계가 깨지길 바라지 않고."
오이카와상이 공을 내게 가볍게 던졌다.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기지개를 쭉 편 오이카와상은 말을 이었다.
"나도 이와쨩이 좋아. 하지만 이와쨩이 내게 가진 감정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겠지. 이런 상태에서 받아준다는 것은 오히려 상처가 되는 거라구. 상처받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
"…카게야마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신 건가요?"
"에, 글쎄. 나도 몰라. 쿠니미쨩도 그렇잖아?"
바구니에서 공을 하나 든 오이카와상은 공을 빙그르르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공을 허공에 띄우더니 달려나가 그대로 풀 스윙. 점프 서브를 선보인 그는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곳을 보고 있더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그 웃음이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마치 불길함을 느끼고 있는 양 서글펐다. 아마 오이카와상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어느 여름날,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게 그가 속한 팀에서, 그와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는 사람의 영향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