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

[쿠로바스/청황]거짓

물빛녘 2015. 3. 1. 10:51

※아오키세


[쿠로바스/청황]거짓

written by. 티토

 

 

 아, 속았다. 텅 텅 비어있는 체육관 안을 보며 키세는 헛웃음을 흘렸다. 분명 오늘 오후연습이 취소되었다고 며칠 전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 갑자기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왔건만 맞이하는 것은 텅 빈 체육관이라니!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팀메이트에게 항의문자를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가 휴대폰 액정에 표시된 날짜에 시선이 머물렀다. 4월 1일. 한 마디로 말해 오늘 아침 받았던 문자내용은 만우절 거짓말. 그것도 모르고 넙죽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왕 온 김에 연습이나 할까 싶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나저나 왜 문이 열려 있지?"

 

 사용하는 일이 없다면 분명 잠궈 있어야 할 터인데 체육관 문은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여김없이 보여주듯 활짝 열린 상태였다. …혹시 귀신이라던가?! 핏기가 싸악 가신 얼굴로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보던 키세는 탈의실 문이 덜컥 열리자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가슴께로 가져갔다. 진, 진짜 유령?!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키세는 침을 꿀꺽 삼키고 탈의실을 햐해 고개를 돌렸다.

 

 …누가 서 있긴 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쳤던 팀메이트, 그러니까 테이코 중학교 농구부의 에이스씨가.

 

"오, 왔냐."

 

 태연하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에 키세는 배알이 꼴렸다. …왔냐? 연습이 취소되었다길래 잡았던 촬영을 허겁지겁 끝내고 왔건만 그건 만우절 거짓말이고 거짓말한 사람은 미안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뻔뻔한 낯짝으로 인사를 한다는 게 꿈은 아니지?! 씩씩거리며 아오미네를 흘겨보던 키세는 아오미네가 뒤이어 한 말에 언제 흘겨봤냐는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왕 온 김에 1 on 1 하자, 키세."

 

*


"…조금만, 헉, 쉬었다, 다시 해여!"

 

 벌러덩 뒤로 누운 키세는 숨을 골랐다. 오늘도 결과는 전패. 만우절 버프라도 기대했건만 결국은 오늘도 패배였다. …만우절 버프를 바라는 게 우스운거지. 삐죽 입을 내밀며 자신을 따라 옆에 누운 아오미네를 바라보았다. 이기긴 했어도 자신처럼 헥헥거리고 있는 모습에 그나마 기분이 풀어진 키세는 헤실헤실 웃으며 아오미네를 응시하다 그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황급히 그로부터 등을 돌려 누웠다.

 

"…키세."

 

"…왜여. 다시 할까여?"

 

"…하아, 아니."

 

 탄식을 내뱉 듯 그렇슴까, 라고 말한 키세는 지금으로써는 할 생각이 없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아오미네는 뭔가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뻥끗하다 키세의 물음에 상체를 일으켜 키세를 내려다 보았다.

 

"예뻐."

 

 예상치도 못한 말에 얼굴을 붉힌 키세는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저 또한 상체를 일으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 속을 것 같슴까? 거짓말인 거 다 알거든여!"

 

 키세의 반응에 눈을 가늘게 뜬 아오미네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며 답을 강구했다. 원하는 답을 찾았는지 키세와 시선을 맞춘 아오미네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는 거짓말."

 

"에?"

 

 아, 이것도 예상하지 못 한 말. 키세는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내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예쁘다는 말은 거짓말. 오늘은 만우절이니까 그 반대…, 결론은 예쁘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뭐야, 이 간구로! 갑자기 심장 어택이라니. 재빨리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등 너머로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부담스러웠다. 갑자기 왜 이런담!

 

"키세."


"또 뭠까."


"좋아해."


 는 거짓말, 아오미네가 낮게 웃으며 덧붙였다. 빨갛게 익을대로 익은 키세는 양 손으로 두 뺨을 감쌌다. 열이 오르고 있었다. 우아, 이거 진짜 거짓말 아냐? 지금 상황이 거짓같이 느껴졌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자신에게 이럴리가.


"너랑 사귀고 싶어, 는 거짓말."


 두 팔로 양 다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오늘 갑자기 불러내질 않나, 1 on 1을 해주질 않나, 두근거리는 말까지 해주질 않나. 거짓이니 진심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도, 나도 뭔가 전해야 하지 않을까. 키세는 고개를 빼꼼 들었다. 아오미넷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불렀건만 그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키세? 키세는 낮게 웃으며 나즈막히 말했다.


"좋아함다, …는 거짓말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