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키요ts야치]첫눈에 반하다.

하이큐 | 2014. 7. 24. 01:48
Posted by 물빛녘

[하이큐/키요ts야치]동경

written by. 티토

 

 

 방, 방금 사람이었나?! 야치는 멍하니 서서 앞에 걸어가고 있는 한 남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뽀얀 살결, 살짝 내리깐 눈, 입술 근처의 점, 차분한 음성. 인형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의심할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얼굴에 열이 몰리는 느낌에 양손을 볼에 가져가 대었다. 으앗, 뜨거워.

 

 그나저나 뭐라 하셨더라.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좀 전의 대화를 되짚어 보았다. 배구부, 매니저, 할 생각. 단어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문장을 이루었다. 배구부에 매니저로 입부할 생각이 없냐고 하셨지. 배구부라……. 확실히 구기종목 중에 하나였지? 몇 명이서 하는 거였더라? 5명? …6명이었나? 끙끙거리며 정확한 인원 수를 생각해보았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뭐가 나올리가. 고개를 내저었다. 근데 매니저면 뭘 하는 거지? 으응, 모르겠어.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 선배랑 또 만날 수 있는 거겠지.

 

 야치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려 애썼다. 오늘 처음 본 건데! 으아아, 나 왜 이래.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서 있으니 같은 반 친구가 다가왔다. 이상한 눈길로 자신을 보기에 야치는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굳혔다. 야치에게 다가온 여학생은 샐쭉 웃으며 말했다.

 

"아까, 시미즈 선배였지?"

 

"시미즈 선배?"

 

"어라, 너 몰라?"

 

 야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고나 할까, 애초에 오늘 처음 본 선배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친구를 바라보자 그녀는 안 되었다는 듯이 검지손가락을 흔들었다. 뭐, 뭐지? 야치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시미즈 키요토, 3학년. 용모우수에 성적도 나름 좋은 편. 아까 봤지? 색기 풀풀 넘치는 외모! 꺄아, 난 몰라!"

 

 혼자 호들갑떠는 그녀를 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슬리퍼를 신은 자신의 작은 발이 눈에 들어왔다. 시미즈 선배, 구나. 시미즈 선배.

 

 야치는 좀 전에 받은 종이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위에 떡, 하니 입부서라 적혀 있는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부서, 그러니까 우리학교 배구부 입부서. 아까 봤던 그 선배를 보기 위해 입부서를 내볼까 싶었지만, 그건 너무 사심이 가득한 것 같은걸. 배구, 라 어떤 스포츠이려나. 아직까지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 친구에게 인사를 건넨 후 야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스포츠는 여기즈음 있지 않을까. 빼꼼 책장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앗, 여깄다, 배구! 손을 뻗어 책을 꺼냈다. 스파이크, 블로킹, 토스. 온갖 배구 용어들이 나오자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구기종목이라면 그냥 공만 칠 줄 알면 되는 줄 알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큼지막하게 그려진 그림들과 용어들을 매치해 보며 야치는 입을 헤, 벌렸다. 뭔가, 멋져 보여! 세터니, 스파이커니, 미들블로커니, 리베로니 하는 것들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경기를 실제로 본다면……. 사실 스포츠 경기를 실제로 본 건 어릴 때 아빠를 따라 보러 간 야구 경기 한 번밖에 없지만, 실제로 본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야치는 책을 덮어 다시 책장에 넣었다. 매니저라면 경기, 앞에서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시미즈 선배는 뭘 하실까? 분명 선배도 매니저라고 했던 것 같기도. 앗, 그러면 같이 하는 건가?! 가라앉았던 볼의 열기가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으으, 더워.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주머니 속에 고이 접어 넣었던 입부서를 꺼내 들었다. 책을 읽을 수 있게끔 넓은 탁상이 배치된 곳으로 걸어갔다. 의자를 살짝 빼 앉았다. 마찬가지로 넣어뒀던 볼펜을 꺼냈다. 침을 꼴깍 삼킨 야치는 조심스레 펜을 든 손을 움직였다.

 

 여기 맞겠지? 종이를 품에 안은 채 3학년 교실 앞을 서성였다. 3학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거 같은데……. 야치는 살짝 고개를 빼서 교실 안을 살폈다. 어라, 안 보이시는데? 여기가 아니었던걸까. 몸을 돌려 가려는 순간 야치는 뒤에 자신이 찾던 사람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어라, 누구 찾아?"

 

 여전히 차분한 음성에 야치는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다. 으아,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몸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야치의 모습에 키요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앗, 뭔가 말을 해야 해! 야치는 황급히 품 안에 안고 있던 입부서를 내밀었다.

 

"입, 입부하게 해주세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아, 정말 나 한심해……. 그렇지만 그에 살짝 웃는 시미즈 선배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떨려옴과 동시에 입가에 환한 미소가 띄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 정말 첫눈에 반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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