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켄카게]전화

하이큐 | 2014. 9. 14. 18:40
Posted by 물빛녘

※카게른 합작(http://lol.ncity.net/tobio/)에 낸 글입니다.

※켄마카게

 

[하이큐/켄카게]전화

written by. 티토

 

켄마는 연습이 끝나자마자 폰을 확인했다. 아, 역시 와 있었다. 손을 움직여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연습 끝나셨나요. 단순한 메일 내용에 저도 모르게 살짝 웃어버렸다. 확실히 그다웠다. 정중하면서도 꾸밈없는 말투. 매일같이 이 시간만 되면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연습 끝나셨나요, 이제 집에 가시는 건가요, 요전번의 게임―. 단조로운 문장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메일 내용을 확인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는 그가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날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고 걱정될 정도로 서로 메일을 주고받는 일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아, 이렇게까지 자신의 생활에 녹아버렸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눌렀다. 응, 방금. …누구보고 단조로운 문장들을 쓴다고 하는 건지. 둘 다 막상막하일지도. 정말 엎치락뒤치락 이잖아. 볼을 긁적이며 옷을 갈아입었다.

 

언제부터 연락을 계속해온 건지 생각해본다면 저번에 있었던 연습경기로부터 며칠이 지난날이었던 것 같다. 먼저 메일 주소를 교환했던 쇼요에게서 메일이 날라 왔었다. 내용이 뭐였더라. 자꾸 부탁해서, 미안, 켄마, 였던가. 처음 봤을 때는 무슨 내용인가 싶었지만 한참 뒤에 날라 온 메일의 주인공을 알고 나서야 쇼요가 사과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카라스노의 세터 카게야마 토비오입니다, 라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였던 탓에 아직까지도 그 내용을 외우고 있었다. 당황했다고 하기 보단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에 답장을 네코마의 세터 코즈메 켄마입니다, 라고 보낸 자신도 우습긴 했다만. 가벼운 자기소개가 끝나고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해왔다. 좋아하는 게임이 뭔가요. 최근 하고 있는 게임을 말해주니 잠시 뒤에 생명이 날라 왔다. 그 뒤로 좋아하는 색부터 음악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왜 이런 것을 묻나 싶어 쿠로에게 물어보니 너에 대해 궁금한가 보지, 인기 많은걸, 켄마,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쿠로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결국 직접 물어보니 쿠로에게서 들었던 비슷한 대답이 왔다. 그 날 했던 배구 재밌었다고 좀 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스스럼없는 그 대답에 마음 한 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켄마, 가자."


문 앞에 서서 재촉하는 쿠로오를 힐긋 본 뒤 가방을 챙겨 쿠로오에게 다가갔다. 문을 열고 나서는 쿠로오의 뒤를 쫓으며 폰을 가방 안에 넣었다. 이따가 확인해야지.


"요새 연락 많이 하나 봐? 어떤 얘기 주로 해?"


"어? 응……. 이런저런 얘기."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진중한 얘기. 여러 가지 질문 받았었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그것에 대해 깊숙이 알고 싶지 않았는지 쿠로는 그렇구나, 라고 대답하며 편의점을 가리켰다.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가는 게 어떠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의사를 보냈다. 잠시 뒤 편의점에서 각자 하드바 하나씩 입에 물고서 걸어 나왔다.


"공부는 어때?"


"그럭저럭."


"연습은?"


"나쁘지 않아. …쿠로, 명절 때 보는 친척 아주머니 같아."


그런가, 라며 어깨를 으쓱거린 쿠로오는 집 앞에 다다르자 켄마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흔들어준 켄마는 자신 또한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가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오셨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요, 켄마 군. 도움이 필요한데, 잠시 도와줄래요?"


"아, 가방만 방에 놔두고 올게요."


어머니는 생긋 웃으며 부엌으로 사라지셨다.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아, 맞다, 폰. 지퍼를 내려 폰을 꺼냈다. 메일이 와 있었다. 확인하고 바로 답을 보낼까 하다 이따 느긋하게 확인해야지 하는 생각에 책상 위에 폰을 내려놓고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서 부엌으로 걸어갔다. 부엌에 가자 재료를 손질 중이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아, 켄마 군,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주시겠어요? 오늘 저녁은 샤브샤브랍니다."


켄마는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육수가 끓고 있었다. 식기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고 거실로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온 가족이서 티비 시청.
아, 맞다. 연락 온 거 확인해 봐야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폰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아, 울린다. 갑자기 폰이 웅, 웅, 거리며 벨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이 누가 있더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아.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저편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어라, 혹시 전화가 걸린 것을 모르는 걸까. 다시 한 번 소리를 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약간은 쭈뼛거리고 있는 것인지 뚝뚝 끊기고 있는 목소리였다.


―여, 여보세요. 늦게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 그런데 무슨 일?"


―어, 음, 저, 그러니까.


자신도 당혹스러운 것인지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가던 그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말했다.


―답이 늦으시길래, 무슨 일 있으신가 하고.


켄마는 살짝 고개를 돌려 책상 위의 탁상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아, 여자저차 하다 보니 메일이 온 때로부터 3시간가량 지나있었다. 걱정한 건가. 하기야 평소에는 재깍재깍 답을 보내왔으니 갑자기 그러면 놀랐을 지도.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죄송합니다. 물론 답을 바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히나타 녀석이랑 대화하다가 요즘 켄마상이 목소리에 힘이 없다길래 저도 모르게 그만. 이만 끊겠습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입을 헙, 하고 다물었다. 아차, 방심했다. 무의식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 제대로 못 들었는지 '네?'라고 묻는 그가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져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손바닥으로 볼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목소리 듣는 거…… 나쁘지 않아."


오히려 이렇게 목소리 들으니까 좋은걸.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만나진 못하지만 목소리만이라도 닿았으면 좋겠어. 이런 간질간질한 기분, 사랑이려나. 

 

"…가끔 이렇게 목소리 듣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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