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카게히나]너와 나의 약속
※카게히
※마이g님-히나타론리전 협력
※캐붕 심각
[하이큐/카게히나]너와 나의 약속
written by. 티토
“사랑해.”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온 때를 기점으로 시간이 멎은 것 같았다. 쿵쾅쿵쾅 세차게 뛰던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고 머리는 차분하게 식었다. 놀란 네 모습을 봐서, 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잊고 있었지만 기억해야만 했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정확했다.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를 기억해냈어야 했다. 결코 평범한 연인관계가 될 수 없는 우리 둘만의 사랑의 새로운 정의를 나는 머릿속에 새기고 있어야 했다. 사랑한다면 함께 할 수 없다. 그게 우리 둘만의 사랑 방식이었다.
너를 바라보았다. 아직 떠올리지 못한 듯 큰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괜찮지 않을까. 이번만은 괜찮지 않을까. 너와 했던 맹세를 어기고 싶은 욕망이 스물스물 피어났다. 아니다. 너랑 한 약속을 나는 어길 수 없다. 히나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어길 수가 없었다. 이 약속이 오래 전의 거일지라도, 몇 번의 굴레를 돌았을지라도 나는 지켜야만 했다.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나의 이상행동에 너는 ‘카게야마?’라고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손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샀던 재봉용 가위였다.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댔다. 다리 아래로는 강이 흘러가고 있다. 바로 강에 뛰어든다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지지만 금방 건져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너를 바라보고 있자니 예전의 네가 떠올랐다. 우리 관계가 이렇게 변해버렸던 생에서의 너였다. 너를 제외한 네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지웠던 내게 너는 말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죽어버리라고. 새로 태어나고 자신을 만나고 또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자신의 앞에서 죽어버리라고. 아아, 그래. 그 때도 내 삶은 그렇게 끝났었지. 너의 눈앞에서 죽는 것으로 너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것이 네 소원이라면 나는 들어줄 수 있다.
“사랑해, 히나타.”
주머니 속에서 재봉용 가위를 꺼내들었다. 너는 이상한 것을 느낀 듯 내게 손을 뻗었다. 아직도 기억해내지 못한 걸까. 하긴 이전에도 늘 너는 직전에서야 깨달았다. 그렇다면 단순하다. 재봉틀 가위를 살짝 치켜들고 있는 힘껏 목을 향해 찔렀다.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사랑해, 히나타.”
네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너는 그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나를 보며 웃어야 했다. 설마하니 네가 아니라거나? 아니야, 그럴 리가. 난간에 기대 손을 늘어뜨린 너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보였다. 아, 그래, 그 표정이야. 시야가 점점 흐릿해져갔다. 감겨오는 눈꺼풀 아래로 보인 네 눈이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나는 죽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나야했다. 다른 옷, 다른 언어, 다른 장소에서 전생의 일들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으로 죽은 곳에 서있었다. 다리 위라는 것도, 외투 주머니에는 재봉용 가위가 들어있다는 것도 바뀌지 않았다. 네 표정이 결의로 가득 찼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그렇다 해도 내가 지금 해야 할 말은 알고 있다. 나는 어김없이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재봉용 가위를 꺼내 있는 힘껏 찌른다. 몸이 기울어져 다리 위에서 떨어진다. 너는 나에게 달려온다. 그래, 여기까지는 같다.
네가 나를 끌어안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번의 생에서 너를 만났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 뭐가 잘못되어도 잘못됐다. 너는 힘껏 나를 끌어안았다.
“이제 그만해.”
울먹이는 네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도대체 뭘 그만하라는 걸까. 나는 그저 네가 바라던 대로 했을 뿐인데.
“사랑해, 카게야마.”
아. 순간적으로 사고회로가 정지했다.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래, 히나타. 다시 태어난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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