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아카야쿠]제목없음
※사약님께서 영업하신 아카야쿠, 사약님께서 푸신 썰로 연성
※아카아시 네타캐 맞나 ㅇㅁㅇ)...늦어서 죄송합니다...
※+켄야쿠, 쿠로야쿠 조금
[하이큐/아카야쿠]
written by. 티토
아, 쓰다듬고 싶어. 멍하니 벽에 기대 앉아 네코마와 카라스노의 연습시합을 응시했다. 연습시합을 보고 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우습긴 하지만, 야쿠상의 짧은 머리카락이 격한 움직임에 의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왠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안정적인 폼으로 리시브를 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아아, 나는 그런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타학교의 선배. 만날 수 있는 건 합숙 한정. 눈에 담을 수 있을 때 담아야 한다. …물론 그것을 누군가때문에 방해받고 있긴 하다만. 옆에 놓여진 물병을 입에 가져가대며 원인 중 한 명인 코즈메를 바라보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토스를 올리는 그는 야쿠상을 대할 때면 표정이 달라진다. 본인은 잘 모르는 듯하나 표정이 누그러졌다. 야쿠상과 대화하고 있을 때면 어느 순간 다가와 '아카아시상, 보쿠토상이 찾는 거 같아'라는 등의 방법을 통해 떼어놓기 일수였다.
두번째 원인은 뭐, 역시 쿠로오상이려나. 이쪽은 확실히 고단수였다. 능숙하게 끼어들어 대화를 주도해버려 금방 쉬는 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곤 하던데……. 확실히 그건 의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애석하게도 이쪽은 고의가 아니라, 그냥 이 사람은 손이 많이 간다. 옆을 보니 좀 전의 시합으로 풀이 죽은 보쿠토상이 보였다. 아, 회복되려면 좀 걸리겠는걸. 한숨을 살짝 쉬고 야쿠상이 카라스노의 에이스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을 본 뒤 다시금 보쿠토상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무슨 말을 해야 보쿠토상이 살아나지?
"보쿠토상, 혹시 마지막에 블로킹 당한 것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으…, 역시 아카아시, 오늘 나에게 토스 올리지 마."
아, 또 시작이다. 몰려오는 두통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적당한 선택지는? 역시 하나밖에 없지 않나.
"알겠습니다. 그 대신 충분히 휴식해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확실히 보쿠토상은 팀의 에이스다. 그렇지만 그가 모든 것을 짊어져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이외의 다른 분들도 꽤나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힘들어한다면 다른 이들이 받쳐주면 된다. 그래, 그러면 되겠지. 코치님의 연습시합 시작의 소리에 연습시합할 코트 위에 섰다. 어쩔까 저쩔까 하는 보쿠토상이 보였다. 결국엔 감독님의 말에 코트로 왔다만. 그래도 초반에는 역시 보쿠토상에게는 올리지 않는 게 좋으려나. 어쩌든 간에 머리는 지끈거렸다.
*
아, 드디어 끝났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숨을 몰아쉬었다. 두통이 또다시 찾아왔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렸다. 수건을 목에 걸치고 그 인물을 바라보았다. 야쿠상이었다.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아까부터 안 좋아보이던데."
"아, 아, 네……. 괜찮습니다."
"약이라도 먹는 건 어때?"
"아뇨,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자 야쿠상이 눈이 가늘어지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뒷목을 긁적이던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진 말고. 아프면 언제든지 말해."
야쿠상이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무런 반응도 못한채 멍하니 서있으니 야쿠상이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렸다. 좀전의 온기가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기분도 들었다.
"혼자서 다 해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라도 괜찮다면 들어줄테니까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멀찍이서 코즈메가 보였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총총총 걸어온 그는 야쿠상에게 쿠로오상이 찾는다는 얘기를 전하고는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 뒤 야쿠상과 함께 가버렸다. 혼자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좀전에 온기가 닿았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아, 위험하다. 지금 나 얼굴 빨개져 있을지도 몰라. 단순한 위로였음에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아, 역시 이게 짝사랑인건가.
*
뜻밖의 재회는 뜻밖의 장소에서 한다는 게 맞는가 보다. 장난감가게 앞에서 고심하던 야쿠상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야쿠상이구나. 아, 아, 아……? 여긴 어쩐 일로 오신걸까. 당황하는 나와는 다르게 야쿠상은 반갑다며 나에게 다가오셨다.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아, 친척집 왔는데, 친척동생 장난감 사다줄까 해서.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그렇네요."
"아카아시는 무슨 볼일?"
"아, 저는 그냥 서점에 잠깐."
가방을 살짝 들어보였다. 그렇구나, 라며 야쿠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잠시 윈도우를 통해 가게 안을 들여보던 야쿠상은 나를 보더니 안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아, 맞다.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괜찮다면 고르는 것 좀 도와줄래?"
"아, 네."
야쿠상의 뒤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진열대에 가득했다. 한쪽에는 남자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이런 곳은 어렸을 때 빼고 온 적이 없는데. 새삼 추억에 잠긴다는 것도 우습지만 진열된 자동차 장난감을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아, 그러고보니 친척동생의 성별을 모르고 있었네. 고개를 들어 야쿠상을 보니 곰돌이 인형들을 보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아이인 걸까.
"여자아이인가요?"
"응, 인형이 갖고 싶다고 했는데. 인형 많네……."
분홍색 곰돌이 인형을 잡은 야쿠상이 이리저리 곰돌이를 훑어보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옆의 갈색 곰돌이를 집어 들더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못 고르겠어."
"…때타는 거 잘 보이지 않게 갈색이 낫지 않을까요?"
"그런가? 좋아, 그럼 아카아시의 추천을 받아서 이걸로 결정. 계산하고 올게."
갈색곰돌이와 함께 야쿠상은 계산대로 걸어갔다. 점원과 잠깐 대화하더니 점원이 커다란 상자 안에 곰돌이인형을 넣었다. 상자를 리본으로 묶은 점원은 야쿠상에게서 돈을 건네받았다. 상자를 들고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 야쿠상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하겠지? 아, 고마워, 아카아시. 뭐라도 먹으러 갈래?"
"아, 그러고 싶지만……."
좀전부터 열심히 울리기 시작한 폰을 꺼내들었다. 집에서 온 메일이었다. 가족끼리 외식나간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실망스러움에 말을 줄이자 야쿠상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쭉 내밀었다. 아, 귀엽다. 왠지 모르게 야쿠상의 머리에 손이 올라가고 있었다. 쓰다듬으면 이상한 타이밍이지……. 아니, 애초에 상급생을 쓰다듬는다는 것 자체가…….
"아쉽네. 이왕 만난 김에 뭔가 먹고 싶었는데. 으음, 어쩔 수 없나. 그럼 나중에 내가 쏘는 걸로."
황급히 손을 내렸다. 야쿠상이 히히 웃으시며 고개를 들었다.
"제가 한 건 별로 없는 걸요."
"하지만 나 이런 거 결단력 없어서 꽤 오래 잡고 있었을걸."
"아,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아, 나도 빨리 가야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
폰화면을 확인한 야쿠상이 다급하게 외쳤다. 몇발자국 달려가던 야쿠상이 몸을 틀어 손을 흔들었다. 나 또한 손을 흔들었다. 야쿠상이 저만치 멀어졌을 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위험했어, 진짜……. 나도 모르게 머리 쓰다듬을 뻔 했어. 손을 왼쪽 가슴에 얹어보니 쿵쾅쿵쾅 뛰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버텼냐 할 정도로.
폰이 다시금 울렸다. 맞다, 외식. 몸을 틀어 집으로 향하다 도중에 멈춰서서 야쿠상이 걸어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 빨리 다시 만나고 싶다. 간질간질한 기분, 역시 싫지는 않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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