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휴가 쥰페이의 생일 기념으로 쓴 글

※키요휴가


[쿠로바스/세이린/목일]Happy Birthday 휴가♥

written by. 티토

 

……늦잠잤다. 지금 챙겨서 나가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거 같네. 급하게 잠옷을 교복으로 갈아 입었다. 물론 잠옷은 침대에 던져 놓았고. 취침 전 책상 위에 올려 놓았던 가방을 챙기고 방 문을 나서려다 뒷걸음질 쳤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달력을 유심히 보니 오늘은 5월 16일. 뭘 날이었던가. 그것보단 지각위기. 부엌에 놓인 식빵 하나를 베어 물고 현관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

'H'

 

"어어! 주장!"

 

켁. 무거워. 선생님이 떠넘기다시피 한 종이뭉치를 들고 후덜 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기고 있을 때, 후리하타가 나를 불렀다. 뭐냐? 초췌한 표정으로 돌아보니 놀란 듯 뒤로 물러서는 모습의 후리하타가 보였다. 내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종이뭉치를 고쳐 들었다. 이 선생, 내가 이걸 1층 교무실에서 3층에 있는 3학년 D반까지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무리 내가 운동부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나보단 그 선생이 더 체격 좋아 보이더만. 그것보다 그 쌤 체육 담당이잖아!

 

"도와드릴게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반 정도를 들고 가는 모습에 나는 활짝 웃어줬다. 좋은 녀석이구만.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교탁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그나저나 나한테 말할 거 있던 거 아니었어?"

 

내 물음에 후리하타는 아차하는 표정으로 아까부터 들고 있던 파일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나한테 줬다. 뭐야, 이건. 뒤로 돌려 보니 'H'라고 커다랗게 보라색으로 적혀 있었다. H?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고 있자 후리하타는 인사를 한 뒤 저만치 가버렸다. 뭐하자는 거야. 이따가 부활동 때 물어봐야 겠다.

 

*

'A'

 

"주장!"

 

이동수업이라 음악책을 챙기고 있었는데, 반으로 후쿠다가 찾아 왔다. 왜 저렇게 다급해 보이지? 뭔 일 있는 건가. 숨을 헉헉 몰아쉬는 후쿠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무슨 급한 일이길래 이렇게 뛰어 온 거냐.

 

"이, 이거."

 

후쿠다가 파일에서 종이를 꺼내 나한테 내밀었다. 후리하타에 이어 후쿠다? 대체 이게 뭐길래. 종이를 보니 남색으로 'A'라고 적혀 있었다. HA? AH? 아니, 것보다 그거 두개 관련은 있는 건가.

 

"어이-."

 

 ……없다. 아까 뭔가 말하더니 간다는 소리였냐. 물어볼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그리고 종은 쳐버렸다. 젠장, 엄청 까이겠네.

 

*

'P''P'

 

"아, 찾았다, 찾았다. 역시 여기 있을 거라 했잖아, 쿠로코."

 

"그렇네요. 여기 이거 받으세요. 주장."

 

"아-, 고맙다?"

 

너네도 종이냐? 파랑색 'P'와 초록색 'P'. 이거 신종괴롭힘? 2학년 녀석들-, 정신기강이 해이해졌구만. 굴려줘야 하나. 입가가 꿈틀거렸다.

 

"아, 쿠로코랑 카가미 차례인가-?"

 

이즈키가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차례? 더 있다는 거냐.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냐.

 

*

'Y'

 

"Y?"

 

수학책을 들고 오지 않아 옆반에 빌리러 갔다 왔더니 책상 위에 노란색으로 'Y'라고 적혀진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메모지로 [오늘 받은 종이들 버리시면 안 되요. 부활동 때 들고 와 주세요!-카와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종이. 버리지는 않았다만. 그걸 다? 인상을 쓴 채 이마를 짚었다. 아, 머리 아파.

 

*

'B''I'

 

"이번엔 너네냐. 코가네이, 미토베."

 

이번엔 또 무슨 글자이길래. 코가네이가 '엣-?! 뭐야, 그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투덜거리는 게 들렸지만, 생각 해 봐. 다짜고짜 와서 종이 주고 가는 데 황당하지 않을 사람 어디 있냐고.

 

"이번엔 주황색 B랑 빨간색 I !"

 

"알록달록하네. 근데 이거 뭐-."

 

"그럼 우린 간다!"

 

야, 나 좀 물어보자고.

 

*

'R'

 

"어, 츠치다. 잘 만났다."

 

"아, 휴가?"

 

점심시간, 매점으로 가던 중 츠치다를 만났다. 츠치다라면 알고 있겠지. 이 종이들의 의미를. 지금까지 나한테 종이 준 멤버들은 농구부 녀석들. 그것도 작년 멤버들이었으니, 몇 명 더 남았을 것 같고. 츠치다도 그 중 한 명이었으니까.

 

"이거 뭔지 알아?"

 

"어-, 그거. 마침 잘 만났어. 내 꺼는 이거."

 

보라색 R이 적힌 종이를 넘겨 주고는 냅다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물어 본 건?

 

*

'T''H''D'

 

"정말! 휴가, 넌 무슨 유명인이야? 찾아도 안 보여."

 

"나 계속 반에 있었거든?"

 

아이다와 이즈키가 찾아 왔다. 또야? 이제 키요시만 남은 건가? ……올 리가 없지. 재활 치료 마저 한다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니까.

 

"에, 그래? 뭐 상관 없나? 자, 이거 이번 주 연습 일정."

 

"켁, 왜 이렇게 빡빡해?!"

 

"그야 열심히 해야지. 1학년도 많이 들어 왔고. 우리 나름 작년 윈터컵 우승팀이라구."

 

 네-, 그러십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살인적이잖아. 좌절하고 있자 이즈키가 어깨를 두드려 주며 종이를 내밀었다.

 

"자, 휴가. T랑 H는 아이다가 주는 거. 나는 이거."

 

남색 T, 파랑색 H, 초록색 D. 대체 이건 뭐냐고! 또 그 둘은 각자 반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거 뭔가 메세지라도 전하려는 걸까. 아, 몰라. 생각하기 귀찮아.

 

*

'A'

 

……얘들 어딨어. 체육관 문을 보니 노란색 A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 조그만한 메모지 하나. [오늘 받았던 종이 다 들고 키요시 병실로 올 것!-아이다] ……하라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

'Y''♥', '휴가'

 

"Happy Birthday!"

 

키요시 병실로 열자마자 들리는 소리. 생일 축하해-? 아, 나 오늘 생일이었던가. 아아, 그랬던 거구나-. 얼떨떨하게 서 있자 아이다와 이즈키가 내 팔을 잡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키요시가 보였다. 그 주위로 작년 인터하이, 윈터컵을 같이 했던 멤버들이 있었다. 키요시 앞에 다가서자 키요시가 종이를 내밀었다. 주황색 Y, 빨간색 ♥, 그리고 검정색으로 적힌 휴가.

 

"생일 축하해, 휴가. 그리고 사랑해. 영원히-."

 

"뭐야, 바보같긴." 

 

"헤헤, 그런가. 휴가는?"

 

"아-, 몰라. 고마워, 모두. 그리고 나도 바보인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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