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청황]시선
[쿠로바스/아오키세(청황)]시선
written by. 티토
키세,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언제나 내 시선의 끝은 너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너와 나의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
중학교 때를 되짚어 보면 언제나 나는 키세, 너를 보고 있었다. 찡그리는 표정, 곤란해 하는 표정, 따분해 하는 표정, 졸음을 참고 있는 표정. 처음 너를 봤을 때 표정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는 다채로운 표정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너는 언제나 소란의 중심에 있었다. 꺅꺅- 시끄러운 여자애들 사이에서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수없다-가 너에 대한 나의 첫인상.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구름의 사이를 비집고 네 금빛 머리카락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아아, 아마 난 그 때 너에게 반했을지도 모른다.
아오미네 다이키, 13살, 첫사랑은 남자. 젠장. 나 이런 취향이었냐.
14살, 봄, 교정을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거닐고 있는 너를 봤다. 정신을 차렸을 땐 농구공은 어느새 내 손을 떠나 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아, 이런. 태연하게 사과를 하며 돌아선 나는 좌절했다. 젠장,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체육관도 아닌 밖에서 농구공이라니. 다행히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키세, 너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너는 2주만에 1군이라는 농구부에 다신 없을 역사를 남겼다. 뭐-, 물론 나도 1학년이 1군이라는 걸로 역사를 남겼다지만. 초심자인 너는 나에게 바락바락 악을 쓰며 덤벼왔다. 귀찮은 척 했지만 사실은 너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오히려 기뻤다. 너와 있으면 여유가 없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격하게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너에게 들릴까 전전긍긍해야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 좋았다. 너와 있는 시간이, 공간이, 그 모든 게.
네 시선은 언제나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구름 한 점없는 파란 하늘을 응시하는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곤 했다. 저 맑은 하늘을 통해 너는 무엇을 보고 있던 걸까. 하얀 구름, 눈부신 햇살, 푸른 하늘. 쓸쓸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널 보고 있을 때면 괜스레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15살, 농구가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게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내 시선은 언제나 너를 향했다. 너를 본 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되어갔지만 너는 여전히 나를 보지 않았다.
16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사츠키를 통해 네가 카이조에 입학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만나러 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그건 아니다 싶어 그만 뒀다. 졸업할 때 농구부 주전이었던 우리들은 꽤나 서먹해진 상태였으니까. 분명 너라면 농구부에 들어갈테니 인터하이에서, 윈터컵에서 만나면 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당연한 거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농구가 따분한 건 여전했다. 그래도 입부한 것은 그저 너를 만나기 위해서.
16살, 그 해 여름. 인터하이에서 너를 만났다. 열의를 불태우며 나에게 도전해오는 너를 보며 조금은 흥미가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사람의 카피는 잘 했지만 기적의 세대만은 카피할 수 없었던 네가 나를 카피했다. 완벽하게. 진짜인 내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렇다고 나를 걱정할 줄이야. 괜히 쓴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비참해 보였던가. 테츠네 학교와 연습시합을 했다는 얘긴 들었지만 너는 농구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 있었다. 마치 만난지 얼마 안 되었던 그 때의 , 왕옹왕을 하자 졸랐던 너로 돌아간 듯한.
돌아가는 내내 만감이 교차했다. 시합 내내 너와 눈이 마주쳤지만 네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지 않은 것은 여전했다. 너는 내 눈을 통해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언제가 되야 우리의 시선이 맞부딪힐까. 얼마나 지나야 네가 나를 봐 줄까.
끼이익-.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마치 급브레이크를 밟는 듯한. 멍하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당황한 표정의 운전자가 보였다. 트럭인가……. 큰 충격을 받고 도로에 쓰러졌다. 하늘이 보였다. 그마저도 흐릿해졌다. 그리고서는 예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암전.
ㅡ마지막 떠올렸던 것은 이제 네가 나를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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