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청황]첫만남

쿠로바스 | 2014. 7. 24. 02:11
Posted by 물빛녘

[쿠로바스/아오키세(청황)]첫만남

written by. 티토



 무료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날도 분명 그런 날이었다. 선명하게 푸른 하늘, 유유히 떠다니는 하얀 구름.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어느 봄날. 간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된 나는 무작적 교내를 걷기 시작했다. 파랗다. 푸른 바다같은 하늘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너무나도 정직하게 제 빛을 내고 있고 있다. 뒤틀릴 대로 뒤틀린 나와는 다르게. 한참을 응시하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눈에 들어 온 것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남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축구부인가. 분명 자신도 작년 한달정도간은 축구부 소속이었다. 다른 선수들과 실력차가 벌어지자 바로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을 불타게 만들지 못 했다. 흥미를 붙이려 하면 바로 나가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의욕이 떨어졌다. 스포츠는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자신과 막상막하로, 아니 자신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겨룰 누군가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후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자애들은 자신의 얼굴만 보면 꺅꺅- 시끄럽게 달라붙기 바쁘다. 몇 번 어울려 준 적도 있지만 역시 그런 건 자신과는 안 맞는다 해야 하나. 모델인 이상 이미지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무작정 큰누나가 서류를 보냈을 뿐인데 모델로 발탁되었다는 통보가 날아왔을 때는 귀찮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아직까지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래도 옷을 갈아입고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히는 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걸 보면 천직일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지루한 건 지루한 거지만.


 주변을 둘러 보면 온통 부활동중인 학생들만 우글거린다. 부활동인가-. 나도 하고 싶은데. 어디 누구 날 불타오르게 할 사람 없나?


"으악!"


 갑자기 내 머리통으로 농구공 하나가 날라왔다. 내 머리에 강한 통증을 준 농구공은 바닥에 떨어졌다. 아아, 아프잖아. 누구야?!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돌리니 햇볕에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의 소년이 보였다. 푸른 남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 소년은 미안한지 손을 들어 사과했다. 농구……인가.


"미안, 미안. 어, 너 모델로 유명한 키세 군이잖아?"


나는 중2 어느 봄날 운명처럼 그 소년과 만났다.


*


 그 녀석을 처음 본 건 중학교 입학 후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샛노란 머리칼, 호박같은 눈동자. 첫인상은 예쁘다- 정도. 여자애들하고 얘기할 때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초승달처럼 둥글게 휘어지더라도 눈은 정직하게도 무료하다, 귀찮다- 만을 닮고 있었다. 여자애들은 그 사실은 눈치채지 못 한듯 그녀석에게 달라 붙기 바쁘다. 머리에 뭐가 든건지. 노골적까진 아니지만 귀찮다는 오오라를 풀풀 풍기고 있는데 그걸 눈치 못 채다니. 쯧.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만.


 몇 달? 아니 몇 주 정도 지났을까 그 녀석이 잡지에 나왔다는 얘기가 퍼졌다. 모델이 된건가. 참고서를 산다던 사츠키를 따라 서점에 갔을 때 진열된 잡지 표지에 키세가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사 버렸다. 젠장, 젠장, 젠장. 사내 자식 사진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산거지. 계산하는데 옆에서 헤실헤실 웃는 사츠키에게 성질을 냈더니 입을 쭉 내밀면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 왜?! 집으로 돌아와 자리 잡고 앉아 잡지 페이지를 휙휙 넘겼다. 헤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찍힌 페이지를 유심히 봤다. 학교에서도, 사진 속에서도 이 녀석은 진심으로 웃고 있지 않다.


 체육관에서 공을 바닥에 튕기고 있었다. 아, 몸이 근질근질해.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정도면 괜찮겠지. 맑은 날씨에 내가 실내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날은 길거리 농구가 제맛인데. 한 손가락으로 공을 돌리던 나는 노란 머리통을 발견했다. 키세 녀석이다. 늘상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 사는. 문득 공에 눈길이 갔다. 이걸 던지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저 녀석의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수면이 흔들리는 것처럼. 이러한 생각은 사고회로를 마저 돌지 않은 채 행동으로 옮겨졌다.


"으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짜증을 내며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감정이 담겨있다. 비록 짜증난다는 관경이지만. 저 예쁜 얼굴에 진심어린 미소가 어린다면? 아-, 보고 싶어졌다.


 나는 중2 어느 봄날 운명같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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