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카게히나]Harmony
*카라스노 배포전 역2에 나오는 회지 샘플입니다.
[32p/3000원]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는 물끄러미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째서 였을까. 어째서 팀이 이렇게 해체되어야 했을까.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해체되었다.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외면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룹이 해체된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팀워크의 부재임을, 그것도 상당수 자신이 차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초반부터 삐걱거렸으니 이때까지 버틴 게 오히려 질기게도 버텼구나,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주먹을 꽉 쥐었다. 열심히 하는 게 뭐가 나빠. 나는 그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벽에 기댔다. 재계약 제의를 받지 못한 것은 그룹 내에서 자신이 유일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이지 않나. 자신이 잘못된 것이다. 그래, 그런 거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멤버들에게 강도 높은 연습을 강요했다. 그뿐일까. 동료들에게 온갖 지적을 퍼부었다. 그것에 지쳤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은 그저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좀 더 훌륭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착잡함이 절로 들었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자신을 받아줄 곳이 과연 있기는 할까. 모르겠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다 끝난 일이다. 이제 와서 바뀌는 건 없었다.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진 것을 느꼈을 때,
슬픔보다 공허함이 앞섰지.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뒤늦게서야 알았지.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는 것을.”
언젠가 썼던 노래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도록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슬픔보다 컸다. 좀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고칠 수 있었을까.
솔직하게 이 물음에 대답하자면 아니, 였다. 자신은 이렇게 줄곧 살아왔었다. 쉽사리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애초에 바꾸고 싶다고 바꿔진다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한다? 그 물음의 답은 명확했다. 자신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는 그 방법밖에는 남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휴대폰을 찾아 주소록을 주욱 내렸다. 척 봐도 협소한 자신의 인간관계에 쓴 것을 삼킨 듯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 서랍을 열었다. 예전에 받아두었던 연예기획사 명함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신중하게 하나하나를 보던 카게야마는 하나의 명함을 제외한 나머지 명함들을 서랍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흰색의 명함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시 동안 그것을 응시하다 다시 집어 들었다. 명함에는 카라스노 연예기획사라는 인쇄된 글씨 밑에 단정한 글씨로 스가와라 코시, 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잠깐의 고민을 끝낸 카게야마는 꾹 꾹 휴대폰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카라스노 연예기획사.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우카이, 라는 뛰어난 프로듀서가 있었다고. 그가 있었을 당시에는 꽤나 유명했다는 것 같다만 요새는 예전만도 못하다는 의견이 많은 기획사였다. 여러 이유도 있었겠지만 우카이 프로듀서가 건강 악화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던 탓이 제일 컸음에 분명했다. 그 와중에 대표의 교체도 있었다. 카라스노 기획사에 대해 최근 들은 소문은 우카이 프로듀서의 복귀였다.
카게야마는 카페의 구석진 곳에 앉아 차를 홀짝였다. 나름 변장을 하고 온 덕분인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도수가 없는 안경을 고쳐 쓰며 휴대폰 액정을 응시했다. 역시 너무 조바심내서 일찍 온 걸까. 자신은 이제 물러날 곳도 없었다.
“아, 혹시 카게야마씨?”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카게야마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 회색머리의 사내가 말을 건네 오자 카게야마는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다.
스가와라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한 뒤 카게야마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까이 다가온 점원에게 커피를 주문한 스가와라는 초조한 안색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아, 괜찮아요. 저도 연락을 취해볼까 하고 있던 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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