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이와카게]약속

하이큐 | 2014. 12. 22. 00:10
Posted by 물빛녘

※카게야마 토비오 생일 기념 합작(http://lol.ncity.net/birthday/)에 낸 글입니다.

※카게야마 생일(12/22)기념 글


[하이큐/이와카게]약속

written by. 티토



크리스마스까지 열흘, 연인의 생일까지 일주일. 생일로부터 3일 뒤가 크리스마스. 매년 곤란하다니까. 이와이즈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달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생일 선물과 크리스마스 기념 선물은 역시 따로 주는 게 좋을까. 아니, 겸해서 한 번에 준다 해도 신경 쓸 인물은 아니지만. 선물은 또 뭘 준비해야하지. 이맘때가 되면 이 문제로 머리가 아파온다. 음식보단 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걸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걸로 준비하고 싶은데. 컴퓨터로 이것저것 클릭해보다 적당한 게 나오지 않아 그냥 전원을 꺼버렸다.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휴대폰 자판을 두드렸다. 수신인은 카게야마 토비오. 메일 내용은 22일 저녁 시간 비냐는 물음. 매년 주고받는 메일. 답신은 분명 저녁8시 이후라면 괜찮아요, 이려나.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하게 된 건 자신이 중학교 3학년 때, 카게야마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분명 사귀기 시작한지 3달 즈음 지났을 무렵이었다. 사귀게 된 계기는 뭐였더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부활동 직전에 카게야마가 갑작스레 고백을 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자신은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지 못 했을 뿐더러 카게야마가 좋아하는 사람이 오이카와인 줄 알고 있었기에 깜짝 놀랐었다.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카게야마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은 안 해도 된다고 했었다. 그냥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카게야마의 표정이 마치 마음을 접은 것만 같아 괜스레 조바심이 났었다. 그 때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그게 좋아했기 때문에 엇갈렸을까 걱정했던 자신의 진심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휴대폰이 진동소리를 내며 메일이 왔음을 알렸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역시나 8시 이후라면 괜찮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이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 이후. 우선순위가 뒤라고 해서 굳이 섭섭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카게야마와 카게야마의 부모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알기도 하거니와 연인보다 가족이 더 우선이다.


이번에는 휴대폰이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오이카와였다. 이 녀석이랑도 질긴 인연이지. 어릴 때부터 학교가 같아 자주 어울렸던 옆집 친구 녀석의 전화에 잠시 뜸을 들이다 통화 연결 버튼을 밀었다. 여전히 방방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와쨩, 전화 받는 거 완전 늦어!


“받을까 조금 고민했거든. 무슨 일이냐?”


―너무해! …왠지 이맘 때 즈음이면 토비오쨩 선물 뭐 살까 고민하던 이와쨩이 눈에 선해서 전화했지! 아, 맞아. 이와쨩, 설마 크리스마스랑 같이 챙길 생각은 아니지?! 그런 거 초 상처라고!


“…너 독심술 배웠냐.”


―이와쨩이 매년 고민하는 게 같으니까 그러지. 올해도 고민했지? 매년 따로 주면서 고민하고. 그래서 선물은 고른 거야, 이와쨩?


이와이즈미는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달력을 유심히 응시했다. 일주일. 빠른 시일 내로 어떤 것을 선물할 지 골라야 여러 곳에서 비교해보고 사는 게 가능해진다. 사는 김에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준비해두면 좋을 것 같은데. 매해 다가오는 생일날이 되면 어떤 것을 선물해줘야 할 지 고민이 된다. 아, 뭐 좋은 거 없으려나.


―토비오쨩이 기뻐할 만한 거 없어? 필요할 만한 거라든가. 같은 학과인 치비쨩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기뻐할 만한 거라……. 그래서 넌 뭐 선물로 줄 생각인데?”


―나는 배구화 사주려고. 저번에 닳았다는 얘기 들은 거 같아서.


“예전에 이러니저러니 했으면서 지금은 또 잘 지내냐.”


―뭐야, 이와쨩, 질투? 걱정 마, 걱정 마! 토비오쨩은 내 취향 아니거든.


“…안 물어봤어. 끊어.”


통화종료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너무해, 이와쨩!’이라는 메일이 날라오긴 했지만 간단하게 넘기고 다른 메일들을 훑어보았다. 쿠니미는 옷을 사준다는 것 같고, 킨다이치는 최근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카게야마를 위해 요리책 몇 권을 선물로 줄 예정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은 뭘 주는 게 좋지. 좀 전에 오이카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기뻐할 만한 것, 필요할 만한 것. 기뻐한다……라. 재작년 즈음 어떤 걸 받고 싶냐고 넌지시 물어봤을 때는 ‘이와이즈미상의 시간을 주세요.’라고 말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기쁘다고. 그런 말은 기쁘지만 막막하다고. 뭐랄까 그 녀석 은근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한단 말이지.


어쨌든 내일 점심 때 만나기로 했으니 그 때 은근슬쩍 물어볼까.

 


“필요한 거라면……. 아, 공책이 부족한데요.”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공부에 열심인 카게야마가 음료를 빨대로 저으며 대답했다. 아, 그런가. 역시 그렇겠지. 지금 분명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은지 물어보는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도 않겠지. 예상은 했지만.


그래서 이따가 사러가려구요. 담백한 어조로 말을 이은 카게야마는 그건 갑자기 왜 묻냐는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 뒤가 생일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눈치였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좋은 거겠지만. 그나저나 역시 뭐로 준비해야 한다……?


“아, 이와이즈미상, 혹시 크리스마스에 콘서트 안 가실래요? 히나타한테서 받았는데.”


카게야마가 가방을 뒤적이더니 표 두 장을 꺼냈다. 꽤나 유명연예인의 콘서트였다.


“난 좋은데. …히나타 녀석이 그냥 준 거야?”


“…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카게야마가 끄덕였다. 음료를 한모금 마신 카게야마가 말을 꺼냈다.


“저 자취할까 하는데요.”


빨대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던 이와이즈미가 행동을 멈추고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내년 봄학기 전에 기숙사에서 나올까 하고.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같이 집 보러 다녀주시면 안 될까요?”


조심스레 말을 꺼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취, 인가. 각자 수업이 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를 집어넣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계산은 이미 끝냈고. 가방을 챙겨 자신을 바라보는 카게야마에게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카게야마, 혹시 나한테 받고 싶은 거 있어?”


두어번 가볍게 눈을 깜빡인 카게야마가 대답했다.


“같이 있는 걸로 충분한 걸요.”

 


테이블 위에 케이크를 올려놓았다. 초를 꽂아놓고 초인종이 울리길 기다렸다. 메일내용을 보니 곧 도착할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코가 빨개진 카게야마가 감았던 빨간 목도리를 벗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촛불을 켠 뒤 부엌의 불을 끄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뭔가 이 노래 부를 때마다 쑥스럽단 말이지. 카게야마가 촛불을 끄자 스위치를 다시 눌렀다. 부엌이 환해지고 살짝 웃음을 띈 카게야마가 시야에 들어왔다. 준비해뒀던 것을 꺼냈다. 반지 케이스를 내밀었다.


“반지?”


목에 건 체인에 달린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카게야마가 중얼거렸다. 분명 반지이긴 했다. 카게야마가 놀란 부분은 이미 커플링은 맞춰 체인에 걸어둔 상태였다는 것이겠지. 카게야마가 반지 케이스를 열자 반지와 함께 열쇠가 들어있는 것이 시야에 담겼다. 그것에 놀라 열쇠를 꺼낸 카게야마가 자신을 쳐다보자 이와이즈미가 반지를 낀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보여주며 말했다.


“결혼하자, 카게야마.”


네가 가장 기뻐하는 것은 나와 함께 있을 때. 그렇다면 쭉 함께한다는 약속을 네게.


'하이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큐/아카히나]  (0) 2015.02.22
[하이큐/스가카게]그란 존재  (0) 2015.02.09
[하이큐/오이카게]어느 겨울날  (0) 2014.12.08
[하이큐/킨카게]기억  (0) 2014.12.08
[하이큐/카게히나]Harmony  (0) 2014.12.02
 

블로그 이미지

물빛녘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67)
공지 (0)
겁쟁이 페달 (0)
다이아몬드 에이스 (1)
오오후리 (0)
쿠로바스 (33)
하이큐 (32)
Fre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