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다이스가]종말을 맞이하기까지 D-7
※대학생 AU. 동거 중.
[하이큐/다이스가]종말을 맞이하기까지 D-7
written by. 티토
일주일 뒤 지구는 멸망합니다. 신문 1면에 큼지막하게 난 문구를 보고 혀를 찼다. 뭐래, 이게. 사이비 종교에서나 할 만한 말을 기사로 내보내도 되는 걸까. 반쯤 감긴 눈으로 대충 훑어 보다 신문을 반으로 접어 코타츠 위에고이 올려놓았다. 아, 따뜻해. 노곤노곤해지는 기분인걸. 잠시 조용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다이치가 걸어나왔다.
"일찍 깼네."
어제 술에 떡이 되어 돌아와서 늦잠 잘 줄 알았는데. 혀를 살짝 내밀고서는 짓궂게 말하자 다이치가 쓴웃음을 지었다. 선배들이 자꾸 줬는걸, 불가항력이었어. 머리가 아픈지 간간히 미간을 찌푸리면서 다이치가 말했다. 다이치가 코타츠에 앉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 신문을 보려는 듯 신문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다이치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조금만 기다려, 꿀물 타서 올게. 장난스럽게 살짝 윙크를 건네며 부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땡큐, 스가."
건넨 잔을 받으며 다이치가 웃었다. 대충 중요한 기사만 훑어본 건지 곱게 접혀 있었다. 1면이 드러나게 접은 터라 다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뒤 지구는 멸망합니다. 지구 종말론인가. 다이치를 흘깃 보다가 이내 리모컨을 들어 전원을 눌렀다. 특유의 소리를 내며 켜진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난 것은 뉴스였다. 아침 9시 뉴스. 그러고 보니 매일 밤 자기 전에 뉴스를 보고 자는 다이치때문에 아침 채널은 늘상 뉴스채널로 고정되어 있었지. 오늘의 주요 뉴스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입에서 좀 전에 신문에서 봤던 문구가 흘러 나왔다. 지구가 일주일 뒤에 멸망합니다, 라고. 장난스럽게 넘겼던 나에게 사실이라는 듯 단호한 어조로, 그녀는 울 것같은 표정으로 현실을 말했다.
"지구 종말……."
"스가?"
진지하게 뉴스를 보고 있던 다이치가 갑자기 화면이 꺼지자 놀랐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지구 종말이라니.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근거로 종말이라는 걸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내 일상은 변하지 않았는데. 어딜 봐서 종말이 다가오는 거야.
하지만 진짜라면? 다이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일주일 뒤면 끝이 난다면? 그 날, 나는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좀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리고 울고 있겠지. 이제 우리에겐 미래는 없다고.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이치가 일어나서 내 옆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에 큰 손이 올라왔다. 끌어 당겨지면서 다이치의 품에 안겼다. 다이치, 너는 어떻게 생각해? 더 이상 너를 만날 수 없대.
"스가, 일주일 동안 뭘 하면서 지낼까."
평소처럼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놀이동산에서 손잡고 다니고 싶어."
"에."
"음식점에 가서 커플 세트 시켜 먹고, 사진 찍어달라 하고 싶어."
"그리고?"
다이치가 살짝 웃으며 물었다. 잠깐 주저하다 말을 이었다.
"사람들 붐비는 거리에서 손잡고 네가 내 애인이라 말하고 싶어. 커플룩 입고 밖에 나가고 싶어. 고등학교 때 애들 만나고 싶어. 부모님께 찾아가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
사실은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북받치는 설움에 눈물이 흘렀다. 내 어깨를 잡은 다이치의 손에 힘이 들어 갔다. 그래, 그걸 하자. 따뜻한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응, 그래, 그걸 하자. 흐느끼며 대답했다.
진정이 되자 다이치가 내 머리를 헤집었다. 조금 있다가 나가서 뭐부터 할까? 다이치의 물음에 살짝 고민하다 말했다.
"음식점에서 커플 세트. …다이치는 뭔가 하고 싶은 거 없어?"
"응? 나?"
다이치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응, 너 말야. 고개를 끄덕이며 빤히 바라보자 다이치가 웃으며 대답했다.
"난 평소처럼 보내도 좋은걸."
뭐야, 그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한테는 하고 싶은 거 이것저것 묻더니. 나도 뭔가 해주고 싶다고. 부은 눈두덩이 아래로 날카롭게 다이치를 노려보자 다이치가 소리내어 웃었다. 아, 정말. 웃음을 머금은 다이치가 내 손을 잡았다.
"스가,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고,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볼에 뭔가 말캉한 게 와닿았다. …어, 어?
"너랑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좋으니까."
…정말이지, 너란 녀석은. 언제 울었냐는 듯 푸핫,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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