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오이카게]낙화

하이큐 | 2014. 6. 19. 00:44
Posted by 물빛녘

AU

(시대물인 것 같은데 배경 따위; 캐붕도 이젠 모르겠고;ㅜㅜ)

 


[하이큐/오이카게]낙화

written by. 티토

 

 

 퐁당, 가벼운 소리를 내며 돌멩이가 호수에 떨어졌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오이카와가 손에 들린 돌멩이를 또 다시 던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동그란 원이 여러 개 그려졌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원들은 말끔히 자취를 감추었다. 고요한 호수를 내려다 보며 오이카와는 삐뚜름한 웃음을 지었다. 아아, 마치 그 녀석 같잖아. 머릿속에 그려진 한 사내의 얼굴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닮았다, 흔들리는 듯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그 카게야마와.

 

 첫만남은 그리 좋지 못 했었다. 제 나이 또래에, 황제 폐하의 먼 친척이라기에 호기심이 동했었는데.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는 아버지 몰래 찾아간 녀석은 무예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 처음에는 호감을 품고 있었다. 다만 그 녀석의 몸짓을 보자마자 호감은 질투로 변했다. 아아, 천재란 이 녀석을 두고 말하는 거구나.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백 날을 연습해도 자신은 따라갈 수 없다고.

 

 그렇다면? 무예로 이길 수 없다면 뭐로 이길 수 있을까. 딱히 승리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녀석만큼은 누르고 싶었다. …뭔가 천재라니 짜증나잖아. 응, 천재라니까 뭔가 자근자근 밟아주고 싶던걸. 그 오만한 눈빛을 누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곧은 녀석의 입에서 쾌락에 허덕이는 신음소리가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추악한 질투는 어느새 이상한 감정으로 변질되고 집착에 이르렀다. 아아,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오이카와는 실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건 소원에 불과했다.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그런 소원이었다. 카게야마의 집안은 황제 폐하의 먼 친척 집안으로, 조정 내에서도 꽤나 실권을 잡고 있는 가문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도 상당히 고위관직이었다만 카게야마의 집안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 가문에 비해 뛰어난 거라면 단지 기방을 소유하고 있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몸과 기예만을 파는 게 아니라 정보를 수집한다, 그게 기생들의 존재 이유였다.

 

 손에 들린 돌멩이 몇 개를 호수에 던져 넣은 오이카와는 몸을 돌려 기생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떠올리니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 없었다. 카게야마, 카게야마 토비오.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되새겼다. 그 녀석을 무슨 꽃이라 할 수 있을까. 고고하고 굽힐 줄 모르는 제왕의 재목. 너무나도 올곧은 사랑스러운 토비오. 아아, 그래, 역시 매화가 아닐까. 누구보다도 일찍 피는 매화, 꽃의 우두머리. 안타깝구나, 토비오. 네가 황실의 종자였다면 제왕이 될 수 있었을 것을.

 

 너무나도 올곧구나. 오이카와는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이 정치판에서는 너무 올곧아도 좋지 않지. 다른 이들의 시기를 받기 쉽거든. 너도 마찬가지란다, 토비오. 최근 들어 카게야마 가문의 입지가 견고해지고 있었다. 이들은 흐리긴 하지만 황제의 집안이다. 군사력도 막강하다. 백성들의 지지 또한. 그렇다면 황제와 그의 측근들이 견제할 만 하지 않을까.

 

 자박 자박, 발걸음 소리를 내며 기방으로 걸어 왔더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이카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와쨩, 무슨 일이야?"

 

 마침 앞에 보이는 자신의 친우를 발견하자 오이카와는 그에게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와이즈미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고개를 돌려 무리의 중심에 꿇어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사내였다. 그는 등 뒤로 손목이 묶인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옵서 역적 카게야마를 사형하시옵고, 그의 아들 토비오를 기방 월향루에 보내시어 기생 노릇을 하게 하라 하셨사옵니다."

 

 옆에 서 있던 군졸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헤? 오이카와는 잠시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기생이라? 하기야 남자를 찾는 사내도 많다. 애기 기생은 아니지만 견습이 되었으니만큼 교육을 시켜야 하겠지. 그것에 생각이 미친 오이카와는 진한 웃음을 띄웠다. 자신을 알아본 것인지 카게야마의 고개가 숙여져 있었다. 아아, 꽃이 떨어졌구나. 검은 머리카락을 살짝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교육은 내가 맡도록 하지."

 

 그토록 바라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오이카와는 희열에 찬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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