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히나야치]네 곁에

하이큐 | 2014. 6. 20. 21:39
Posted by 물빛녘

[하이큐/히나야치]네 곁에

written by. 티토



 …나, 솔직하게 말할게. 무서워, 너무 무서워서 울고 싶어. 뭐가 그리 무섭냐구? …사람들의 시선이. 응, 너라면 의아하게 생각할 소리겠지만.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 있다 보면 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져. 어떤 부분이? …뭐랄까, 난 잘난 거 하나 없는걸.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라는 게 무서운 걸지도.

 

 공부? 글쎄,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니구….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나도 뭔가 해야할 거 같은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나라는 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갈 길이 멀어도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으면 어느 사이엔가 끝에 도착하잖아. 하지만 그 한발자국을 내딛는 게 무서워. …실은 부러워. 히나타 군과 카게야마 군은 배구 정말 좋아하잖아. 그래서 열심인 거고. 나도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텐데. 잘 할 수 있는 게 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응, 괜찮아. 조금 우울해져서…. 곧 있으면 졸업이고, 대학도, 학과도 결정해야 할 때니까. 아직 나, 뭐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걸.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온 세상이 온통 검어. 그냥 나 혼자 덜렁 남겨진 느낌이야.

 

 …조금만 기대도 될까? 응, 고마워. 괜찮다니까, …정말로. 이렇게 울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던걸. 응, 정말이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울게, 그래도 괜찮지?

 

 미안, 이런 얘기 하려고 부른 건 아니었는데. …그냥 둘이 앉아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미안해. 있지, 히나타 군. 이따가 케이크 먹으러 안 갈래? 친구가 알려준 맛있는 곳 있거든. 응? 진짜 괜찮다니까, 괜찮아, 괜찮아. …응, 정말로 괜찮아. …솔직해져도 괜찮다구? …사실, 조금 지쳤을지도. 뭐랄까, 그런 거 있잖아.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걸어온 길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허탈함? 그리고 가고자 하는 곳은 더 먼 곳에 있다, 라는 거. 아마, 지금 나 그걸 깨달았을지도 몰라. 나같이 평범한 애는 이 세상에 발 디딜 곳이 없다는 거.

 

 아하하, 미안. …히나타 군은 강하구나. 응, 그래서 부러워. 솔직히 질투 나. 나는 맨날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데, 히나타 군은 언제나 활기찬걸.

 

*

 

 있지, 야치. 저기 하늘 봐 봐.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이 멋지지 않아? 매일 같은 하늘인데도 이렇게 올려다 보고 있으면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거 같아. 오늘은 구름이 좀 많은걸?

 

 응, 힘들었구나. 있잖아, 나는 야치가 생각하는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야. 중학교 때 겨우 나갔던 시합에서 카게야마를 만났고 대패했어. 그래서 펑펑 울었어. 이게 중학교 마지막 시합이구나. 그게 너무나도 서러워서 울어버렸어. 그래도 배구를 놓지 않았던 건 역시 나, 배구가 좋으니까.

 

 부장 자리는 카게야마가 맡게 될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맡게 되었잖아. 통솔력이라든가, 실력이라든가. 역시 어딜 봐도 카게야마가 한 수 위인데 말야. 그래도 이렇게 맡게 되었으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 이거 봐 봐. 나도 딱히 잘난 건 없지만 운이 좋아서 부장이 된 거잖아. 야치랑 똑같은걸. 그러니까 울지 마.

 

 아, 아니다. 울고 싶을 땐 우는 게 좋다고 했어. 쌓아두면 안 되니까. 대신 다른 사람들 앞에선 울지 않기. …남자친구의 특권이라 생각해 줘.

 

 고마워, 야치. 응? 뭐가 고맙냐고? 그냥 이렇게 나한테 털어놔줬잖아. 그건 내가 야치한테 있어서 특별한 존재란 의미잖아. 그렇게 여겨줘서 고마워. 너한테 소중한 존재가 나여서 기뻐.

 

 난 야치가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야 야치, 귀엽잖아. 응, 그리고 공부도 잘 하고. 아, 전에 배구부 기부금 마련에 큰 공헌을 한 건 야치였잖아! 그리고 야치는 마음도 착한걸? 저번에 비오는 날에, 버려졌던 고양이, 가만둘 수 없어서 데리고 갔지? 야치, 착하다니까? 보통 그냥 지나치기 일수라고. …언제 봤냐고? 음, 글쎄. 나, 이래봬도 열심히 야치 보고 있으니까. 에, 그렇다고 스토킹은 안 해! 응, 그렇다니까.

 

 야치, 앞으로 나아가는 게 힘들면 잠시 주저앉아 있어도 좋아. 그러면 내가 야치한테 손 내밀어 줄테니까. 그러니까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

 

 난 언제나 네 곁에서 있을테니까. 기대고 싶을 때나 품에 안겨 울고 싶을 때 언제나 야치가 나를 찾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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