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청적]마피아AU

쿠로바스 | 2015. 3. 1. 12:09
Posted by 물빛녘

[쿠로바스/청적]마피아AU

written by. 티토 


이건 실전이다. 아오미네는 숨을 고르며 쥐고 있던 총의 총구를 만지작거렸다. 이곳에서 총알이 발사되고 목표물을 맞춘다. 그것 하나는 연습 때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목표물은 사람을 그려놓은 종이 따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다. 아오미네는 몇번이고 그 사실을 되새겼다.

 

첫 임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투입되었던 임무 중에서 중요도를 매기자면 최상위였다. 실패하면 자신도, 그리고 그마저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성공해야 한다.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설령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그가 이걸 원한다면 어떻게든 자신은 성공시켜야 한다. 총을 고쳐 잡은 아오미네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뚜름한 웃음을 지었다. 설마 자신이 실패할 리가. 성공률은 백퍼센트다.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건 자신, 그리고 그를 향한 굳은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벽에 기대어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아오미네는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어두운 실내를 걷다보니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 툭 치게 되었지만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 어디 숨으셨나.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목표물이 있음직한 곳은 다 찾아봤지만 머리카락 한 올도 찾을 수 없었다. 사전에 피한 걸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도 아니다. 이번 일은 그와 자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부하 몇 명들과 계획한 것이다. 그게 그렇게 쉽게 흘러나갔을 리가 없다. 아오미네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헤집었다.

 

고요한 복도를 진동음이 채웠다. 아오미네는 손을 움직여 주머니 속을 뒤졌다.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지금, 구식이라고 볼 수 있는 폴더폰을 꺼낸 아오미네는 폰을 열어 귓가에 가져갔다. 특유의 사투리가 들려왔다. 아오미네의 최측근인 이마요시였다.

 

"왜."

 

-고 놈 찾았데이. 근데 와카마츠, 야가 놓쳤다. 아마 2층 오른쪽 복도로 가고 있을 긴데.

 

2층 오른쪽 복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여기일텐데. 자리에 멈춰서서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고요하다. …아니, 뭔가 달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씨익 웃으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소리의 주인공은 계단을 걸어내려와 아오미네가 서 있는 복도에 발을 들이밀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아오미네는 즉시 총을 그에게 겨눴다. 그리고 탕, 총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

 

조직 내가 소란스러웠다. 아오미네는 그러든가 말든가 자신의 집무실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얼굴 위에는 그라비아 잡지를 올려놓고서. 눈을 감으니 며칠 전 임무 상황이 떠올랐다. 총에 맞은 남자는 경악한 얼굴을 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죽었나, 확인하기 위해 느릿느릿 발을 움직여 남자 앞에 섰다. 숨을 쉬고 있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아오미네는 발로 남자를 뒤집었다. 이마 정중앙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중년남성의 얼굴을 확인하자 조소가 입가에 절로 담겼다. 죽음은 한순간이라지. 폰을 들어 이마요시에게 정리해, 라는 말을 건넨 뒤 폴더를 닫았다. 발을 돌려 나가려다 남자를 흘깃 쳐다봤다. 붉은 피가 멎을 생각을 하지 않고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붉다, 라. 자연스레 연상되는 남자의 얼굴에 저도 중증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건물을 나서자 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상황 종료, 임무 완수.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자신을 맞아준 그는 수고했다며 자신을 껴안아 주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지친 몸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한참을 침대 위에서 나뒹굴던 아오미네에게 그가 내린 지령은 참으로도 간단했다. 며칠동안 휴식. 단번에 엎으면 될 일을. 아오미네가 입을 삐죽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조바심 낼 것 없어, 다이키.

 

"차근차근인가……."

 

저돌적인 자신과는 다르게 신중한 그다웠다. 아오미네는 피식 웃었다. 휴식을 취하라고 했으니 명령에 따라야겠지.

 

눈을 감고 얼굴 위에 잡지를 올려놓은 채 잠을 청하고 있는 아오미네의 귓가로 문열리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아오미네는 청각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발걸음 소리였다. 그런 녀석이라면 짐작가는 녀석이 딱 하나 있었다.

 

"어이, 키세."

 

잡지가 위로 들림과 동시에 환한 빛이 얼굴 위로 쏟아지자 아오미네는 신경질적으로 범인의 이름을 불렀다. 간신히 눈을 떠 얼굴을 확인하니 역시 금발 머리 녀석이었다. 얼굴 하나는 반지르르한 녀석. 이 녀석이 이런 더러운 곳에 발을 내밀었다는 게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였다. 어찌되었든 잠을 방해한 이유는 물어보자는 심보로 쇼파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아오미네가 퉁명스레 물었다.

 

"뭐야."

 

"아앗, 역시 아오미넷치 깨어있었슴까. 아아, 시시해라."

 

"본론으로 후딱 들어 가."


단호한 말에 키세가 눈을 살짝 접은 채로 웃으며 아오미네의 앞에 앉았다. 마주 앉아 아오미네를 유심히 살펴보던 키세는 아오미네의 미간에 줄이 그어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


"보스가 죽었슴다."


"알아, 멍청아."


"후계자는 보스보다 먼저 죽었슴다. 보스의 자식들은 진짜 많구여."


"안다고, 바보야."


"……아, 진짜 말 끊지 마세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태클을 거는 아오미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 키세는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화를 억누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본론은 이검다. 아오미넷치는 어쩔 검까? 지금 세력 다툼 중이라구여."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니 일은 니 일, 내 일은 내 일. 알려주기 싫은데."

 

"당연히 저도 아오미넷치가 고른 사람으로 보스 밀 생각이니까 그렇죠. 아오미넷치가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보스가 될테니까."

 

저 녀석이라면 2인자인 언더보스 자리를 꿰차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오미네는 찌뿌둥한 몸을 풀며 의아함을 가득담은 눈빛을 키세에게 보냈다. 키세는 야망이 큰 남자였다. 그런 그가 자신이 미는 사람을 지지하겠다니. 무슨 생각인건지.

 

"…딱히 없어."

 

"아, 아니면 아오미넷치가 보스가 되어도 상관없는데."

 

"네 놈이 이런 선택지를 고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위로 키세를 훑어보자 키세가 살짝 웃었다. 여기는 역시 삭막하네여, 라며 태평한 소리를 중얼거린 노란 녀석은 다시 자신과 눈을 맞추며 검지손가락으로 탁자를 톡 톡 쳤다.

 

"지킬 게 있는 남자는 조심스러워지는 법이거든여."

 

"아아, 그 사람이냐."

 

전에 키세가 데려온 검은 스포츠머리의 사내를 떠올린 아오미네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이 남자취향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던 거고. 꽤나 오래 가네, 싶었는데 진심이 되었는건지 제법 의젓한 말을 한다. 신입 때는 완전 날이 서있는 오만한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아, 저는 이제 가봐야겠슴다. 결정 내리면 언제든 말해주세여."

 

몸을 일으켜 나가기 위해 문 앞까지 걸어가던 키세가 중간에 몸을 살짝 돌려 아오미네를 향해 짓궂은 미소를 건넸다. 그리고 은밀한 속사정을 얘기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누가 한 지 저 알고 있으니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이내 키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알고 있다, 라. 아오미네는 현관문 앞에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불에 휩싸여 저택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된 이상 녀석도 죽여야 하는 건가. 턱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여기에 발을 내딛은 초반부터 동고동락한 동료인지라 조금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죽여버리는 게 이롭지 않을까. 키세 료타는 화려함 속에 무엇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남자였다. 적으로 돌려서 좋을 것은 없었지만 같은 편이라고 해도 불안해지는 것도 매한가지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답을 못 내리겠다.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 아오미네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야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붉은 머리의 사내였다. 피식,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낸 아오미네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상대 또한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아오미네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이키."

 

"아, 아아."

 

그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아오미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시선을 맞췄다. 빨간 눈동자와 노란 눈동자가 자신을 꿰뚫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연인의, 아카시의 살짝 눈이 휘어진다고 느꼈을 때 그의 붉은 입술이 다시 열렸다.

 

"자, 이제 나를 보스로 만들어 주겠어?"

 

아오미네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나선 아카시의 입술에 살짝 입맞춘 뒤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그 자리를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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