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금립]과제

쿠로바스 | 2015. 3. 1. 12:16
Posted by 물빛녘

※이마카사 


[쿠로바스/금립]과제

written by. 티토

 

 이건 정말 예전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카사마츠는 샤프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애써 옆에 앉은 사내를 무시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 남자와 같은 대학에 입학해서? 심지어 같은 학과여서? 우연히 같은 조가 되어서? 다른 조원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대며 모임에 나오지 않아서? 젠장, 어찌되었든 이 상황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자 옆에 앉아 있던 사내가 물었다.

 

"머리 아프나? 내, 약이라도 갖다 주까?"

 

"됐어. 자료 정리는 끝났냐?"

 

 손을 내저으며 묻자 남자는 안경을 살짝 올린 뒤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펄럭였다. 끝났다는 의미다. 니는. 남자가 카사마츠의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뜨거운 입김이 귓 속을 간지럽혔다. 이건 일부로 그러는 거다. 카사마츠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움찔거리는 걸 즐기고 있다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맡은 부분도 끝나 있었다.

 

"끝…났어."

 

 귓볼을 살짝 무는 그의 행동에 카사마츠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 젠장. 이 자식은 정말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다. 참으로 질긴 인연이었다. 고 3 인터하이에서 만났고, 일 년 뒤 대학에서 만났다. 그리고 때때로 같이 자는 사이가 되었다. 첫만남에서 이렇게 되리라는 걸 예상할 수나 있었을까. 카사마츠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녀석은, 이마요시는 지금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이다. 진짜로 자고 싶었다면 이렇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외로 이마요시라는 남자는 욕망에 충실했고, 그 감정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려하지 않았다. 하고 싶었다면 하자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신의 반응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안달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 끝까지 갈 생각은 없는 것이다.

 

 아, 빌어먹을. 카사마츠는 솔직히 이 상황이 짜증난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 갖는 첫 관계는 남자가 가져갔다. 그리고 그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하기야 여자라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자신에게 무슨 여자친구겠냐만은. 뭐 그건 그렇다 쳐도 이런 상황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할려면 하던가, 깨작깨작 이게 뭐냐고.

 

 이제는 귓볼에서 내려와 목덜미를 핥고 있었다. 축축한 감촉이 목덜미에서 느껴지자 카사마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약았다. 자신이 느낄 거라는 걸 알고 하는 행동이었다. 정말 이 남자는……. 이마요시의 손이 카사마츠의 허리춤을 더듬었다. 이젠 목덜미를 깨물고 허리를 만지고.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만 좀 하라고. 이렇게 말해야 했건만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소리는 교태 어린 신음소리였다. 아, 미치겠네. 이게 남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였던가. 이게 다 이 녀석때문이다. 간신히 눈을 떠 이마요시를 노려보았다. 이 녀석때문에 자신이 이상하게 되었다.

 

 한참을 쇄골을 잘근잘근 깨물던 이마요시가 고개를 들었다. 장난은 끝이라는 뜻이다. 누구 맘대로. 카사마츠는 이마요시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입술을 맞춘 뒤 살짝 떼며 말했다.

 

"할 거면 끝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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