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카게히나]좋으니까
※바렛님이랑 트위터에서 역극한 내용을 토대로(22일 밤~23일 새벽 버닝)
[하이큐/카게히나]좋으니까
written by. 티토
카게야마는 손목시계를 보다 주변을 둘러보기를 반복했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었지만 자신이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 젠장.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오른쪽 발을 바닥에 구르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전화라도 해보는 게 좋으려나.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익숙한 주황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아, 왔다. 반가움에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제 왔냐? 완전 느리잖아, 히나타 멍청아!"
"갑, 갑자기 부른 건 너잖아! 그래서 무슨 일이야?"
헥헥 숨을 몰아쉬며 카게야마의 앞에 도착한 히나타는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간만의 휴일이라 늦잠을 잤는데, 그것때문에 메일을 좀 전에 막 확인했단 말야. 약속을 잡으려면 며칠 전부터 말해 달라고. 간신히 속 마음을 삼켰다. 분명 이 말 하면 또 화낼 거야. 히나타의 말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뭐라 중얼거리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이 빨갛다. 어디 안 좋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늦게 나와서 화가 났다거나? 전자라면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하고, 후자라면……, 오, 세상에나. 내 머리 무사할 지부터 걱정해야겠다. 늦게 확인했다고 해도 늦은 건 늦은 거고. …물론 그 약속이 일방적인 게 문제였지만, 어쨌든!
"배구화나 보러 가자."
"배구화? 너 저번에도 샀잖아. …연습, 많이 하네."
그러고보니 최근 카게야마의 신발이 잘 닳곤 했었지. 연습, 많이 하는구나. 나도 따라갈려면 열심히 해야하는데. 분명 같이 연습하는데도 따라갈 수가 없는 느낌이야. 히나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따라잡고 싶어. 같이 뛰고 싶어. 나란히 앞을 보며 걷고 싶어. 이런 자신의 마음은 카게야마는 알까. 뭐, 저 배구 바보는 또 배구나 하러 가자며 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오늘 복장이 배구하기에는 알맞지는 않은데 말야. 정말로 배구화를 사러 갈 기세인 카게야마의 팔을 황급히 붙잡았다.
"어, 음, 잠깐! 배구도 좋지만, …밥부터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아, 그래. 그래서 먹고 싶은 건 있냐?"
먹고 싶은 거? 히나타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먹고 싶은 거라.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카게야마가 뭘 좋아하더라? 아, 그래, 카레! 카레 좋아한다고 한 것 같은데. 카레, 나도 좋아하니까, 카레 먹자고 할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레 먹으러 가자. 너 카레 좋아한다 했잖아."
"카레? 나야 좋지만, 너는 괜찮냐?"
"응? 나, 카레 좋아해! 가자, 가자! 어디 맛있는 데 알아?"
카게야마가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꽤나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소박하다고 볼 수 있는 가게였다. 뭔가 의외다, 싶으면서도 역시 카게야마랑 어울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뚫어져라 간판을 보고 있으니 카게야마가 정말 카레로 괜찮냐고 물었다. 아, 글쎄, 괜찮다니까 그러네.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저기 자주 가 본 곳이야?"
"어. 가족들이랑 종종. 다른 데 가고 싶으면 빨리 말해."
"카레 먹자! 가자!"
"야, 잡아 끌지 마! 그렇게도 배고팠냐?!"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팔을 잡아 끌었다. 가족들이랑 종종 가는 곳이라. 단골이라는 건가? 카게야마가 단골인 가게에 같이, 라. 아, 뭔가 미묘한 기분. 애써 그 기분을 감추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때가 일러서 인지 가게 내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카게야마는 가까이 온 점장님과 인사를 나눴다. 오오, 진짜 뭔가 단골이라는 느낌!
"오랜만이구나, 욘석아! 이쪽은 친구냐?"
"아, …네, 뭐. 부활동 같이 하고 있어요."
"부활동이라면 배구? 열심히 하는구나. 그래, 뭐 먹을 거냐?"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히나타는 메뉴를 쭉 훑어 보았다. 으음, 뭐가 맛있으려나.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카게야마는 메뉴판을 흘깃 보더니 늘 먹던 걸로 주세요, 라고 말했다. 아, 진짜 뭐 먹어야 하지.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를 보던 히나타가 손을 들어 말했다.
"저, 저도 카게야마랑 같은 걸로 부탁드려요!"
점장님은 히나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부엌으로 가셨다. 아, 뻘쭘해. 들었던 손을 슬며시 내리며 눈 앞의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여기 얼마나 자주 왔어?"
"한달에 두번 정도? 가족들이 카레 좋아하니까. 너네는 외식하면 주로 어디 가는데?"
"음, 외식은 잘 안 하지만 주로 가츠동집? 가끔 레스토랑도 가지만. …레스토랑 불편해."
"아, 그렇네. 칼질 어렵고. 우리 집도 어머니께서 음식하는 거 좋아하셔서 카레 먹으러 오는 거 아니면 잘 안 나가."
카게야마가 유리잔에 물을 따라 마셨다. 평소 배구 얘기만 하다보니 이런 얘기는 꽤나 신선했다. 히나타는 눈을 반짝이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뭔가 조금은 친해졌다, 라는 느낌. 이런 얘기를 해봤자 얼마나 친해지겠냐만은 그래도 평소와는 조금 다르니까. 이것도 이것나름대로 좋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알고 싶어.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헤에, 너네 어머님 요리 잘 하셔? 먹어 보고 싶다. 아, 나왔다."
카레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우와, 맛있는 냄새. 조심스레 숟가락을 들어 한숟갈 뜬 뒤 입 안에 넣었다. 카레 특유의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여기 진짜 맛있잖아? 우물우물 씹으며 카게야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잘 하셔. 먹어 볼래?"
"엣,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친구 데려온 적 없어서 호들갑 떠실 테니까."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 카게야마는 카레를 입 안에 넣어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정말 가도 되는 건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진짜 놀러 가도 되는 걸까? 카게야마네 집! 가고 싶어! 언제 시간이 되더라? 역시 부활 없는 날이 좋겠지.
"일요일에 가도 돼?"
"응. 그럼 내일 온다고 말씀드린다. 아, 뭐 먹고 싶은 건?"
헉, 진짜 가도 되는 거야? 눈을 크게 깜빡였다. 카게야마의 모습을 보니 딱히 거짓말하는 것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진짜? 진짜 가도 되는 거야? …그나저나 내일? 아, 내일 일요일이지. 마음의 준비도 안 됬는데 내일이야? 그렇지만 빨리 가보고 싶다. 카게야마 어머님 음식도 맛보고 싶고, 카게야마 방도 보고 싶고. 어떻게 꾸며져 있으려나. 카게야마 방이면 뭔가 심플할 것 같은 느낌인걸. 아, 빨리 가고 싶다.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면 나츠랑 무슨 옷 입고 가는 게 좋을지 의논해볼까.
"음, 카레도 좋고, 계란밥도 먹고 싶고."
"카레는 지금 먹잖아. 계란밥으로 말씀드려 놓는다."
카게야마는 휴대폰을 들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더니 마지막에는 경쾌하게 탁, 하고 화면을 찍었다. 메일, 보낸 건가. 빨라! 아직 이쪽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그나저나 정말 민폐는 아닌 걸까.
"정말 가도 괜찮아? 민폐 아냐?"
"아냐. 괜찮다고 메일 보내셨어."
오히려 친구 데려온 적 없어서 반기실 거라니까. 카게야마가 카레를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흘긋 액정화면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히나타는 카레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츠랑 입고 갈 옷을 의논해보는 게 좋겠어.
한동안 둘 다 말없이 카레만 먹었다. 내일 집에 놀러가서 뭐하면 좋으려나. 아, 어색하게 앉아있다 오는 건 아니겠지? 보드게임이라도 들고 갈까? 아, 근데 그건 또 4명이상 하는 거잖아. 아, 게임이라도? 게임 좋아하나? 으으, 뭐로 하지. 그나저나 아까 카게야마가 뭐라 했지? 친구 데리고 온 적 없다고? 내가 처음?! 으아아, 정말?!
"카게야마, 너 진짜 아무도 데려 간 적 없어?"
"응."
세상에나. 그럼 내가 처음이라는 거잖아.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어, 근데 그러면?
"카게야마, 너, 친구들이랑 놀러 다닌 적도 없어?"
"…딱히. 배구공만 있어도 재밌으니까."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내가 책임지고 놀아주지! 배구는 무지무지 재밌지만, 그 외에도 재밌는 게 많다고!"
카게야마가 다 먹은 것을 확인한 히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 일어난 카게야마는 점장님께 인사를 드린 뒤 히나타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친구랑 놀러 다닌 적이 없다고 했으니 어디가 좋으려나. 히나타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장소를 물색하고 있을 때 옆에서 멀뚱히 서 있던 카게야마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 거 없으면, 배구화 사러 가자. 배구도 하고."
"안 돼. 배구도 좋지만, 오늘은 다른 거 할 거야! 좋아, 결정했어! 가자, 카게야마!"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게임센터였다. 시끄러운 내부에 카게야마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히나타는 게임 하나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농구 게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하자. 이왕 하는 김에 뭐 걸고 하자. 음, 돈은 좀 그러니까, 소원 내기.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는 거야."
"좋아. …그래서 저거 공 넣으면 된다는 거냐."
그렇지. 가볍게 대꾸하며 히나타는 게임기에 동전을 넣었다. 먼저 해.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카게야마에게 말하자 카게야마가 농구공을 집어 들었다. 능숙하게 폼을 잡는가 싶더니 연신 골에 성공. 어, 어라, 얘 농구 했었어?! 입이 쩍 벌어졌다. 질 것 같은데?! 카게야마의 차례가 끝나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히나타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공을 잡았다. 몇 개는 빗나가고, 몇 개는 들어가고. 결국은 져버렸다. 아, 져버렸다. 침울하게 카게야마를 보며 소원을 물었다.
"나중에. 이따가 공원에서 하고 싶은 말 있어."
"……응? 응, 그래. 그나저나 너 되게 잘 하네. 농구 했었어?"
"…체육 시간에 배운 것 정도?"
아, 그냥 타고 난 거였구나. 부러운 자식. 입을 삐죽이며 아쉬운 마음으로 농구공을 바라보았다. 다음번에는 안 질테다. 이제는 무슨 게임을 할까. 물어보기 위해 카게야마를 보니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뭐지? 어, 총게임? 아, 저거 좀비 죽이는 게임이었던가. 할래, 라고 물으니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나 이 게임 잘 못 하는데. 동전을 넣고 총을 잡아 들었다. 카게야마 또한 자신을 따라 총을 잡았다. 그러고보니 카게야마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카게야마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니 게임기 한편에 붙은 종이가 보였다. 뭐라 적혀 있는 거지? 어, 그러니까 2인 합산 점수로 1등은 비싼 게임기, 2등은 여행티켓, 3등은 모형총. 상품이 왜 이렇게 비싸?! 뭐야, 뭐지? 그 이유는 랭킹을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높잖아!
"이거 누르면 되는 거냐?"
"응. 그거 누르면 좀비 죽일 수 있어. 2인용인데, 1등이 비싼 게임기래."
그러냐, 라고 카게야마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비싼 게임기라는데, 역시 카게야마는 배구 외에는 관심이 없는 건가. 역시 저 녀석답다니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좋아, 일단 해보자. 이왕이면 순위에 드는 것도 좋지만, 재밌는 게 우선이니까. 그래도 일단 목표는 정상이다. 게임 스타트가 뜨고 나서 좀비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으, 징그러.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서 버튼을 눌렀다. 카게야마를 보니 꽤나 선전하고 있었다. …아니, 나보다 훨씬 잘 해. 뭐야, 혼자 와 본 거 아냐?!
"이거 제한시간 있는 거?"
"응? 아니, 체력만 버텨주면 계속 할 수 있어. 나는 곧 죽을 것 같지만……."
"하? 벌써? 너 경험자잖아."
"경험자라고 해도 난 잘 못 하는걸. 그나저나 너 되게 잘 한다. 으악, 카게야마, 좀비, 좀비!"
"야, 이, 멍청아, 시끄러! 소리 안 질러도 알거든?!"
"윽…, 미안. 그나저나 우리 곧 있으면 순위권 진입할 것 같아! 아, 나 죽었다."
게임오버가 뜬 것을 확인한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능숙한 포즈로 좀비를 쏘고 있었다. 오, 순위권 진입! 조금만 더 하면 3등이야! 흥분하며 게임화면을 응시했다. 곧 죽긴 했다만 3위 기록. 3위면 모형 총이었나. 카운터에 가서 모형총을 받아온 카게야마는 들고 있던 모형총을 히나타에게 건넸다. 어라? 눈을 크게 깜빡이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어? 이거 나 주는 거?"
"응, 나 필요없으니까."
"우와, 땡큐! 아, 그나저나 너무 늦은 거 같다. 이제 나가자."
언뜻 눈에 들어온 시계가 꽤나 늦은 시각을 알리고 있자 히나타는 고개짓으로 밖을 가리켰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왔다. 집에 가야지. 인사를 건네기 위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잠시 딱딱한 표정으로 히나타를 마주 보더니 히나타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로 가기 시작했다. 으악, 얘 어디 가?! 야, 너무 빠르잖아. 스텝이 뒤엉켰다.
"야, 천천히!"
"아, 미안."
"…어디 가는데?"
"소원."
소원? 아, 공원 간다고 했었나. 무슨 얘기를 하려고 공원까지 가는 거지. 아까보다는 확연히 느려진 카게야마의 발걸음에 혼자 킥킥 웃으며 뒤를 따라갔다. 역시 어둑어둑해져서인가 공원 내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약간 으슥한 곳으로 걸어 간 카게야마가 발걸음을 멈췄다. …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으으, 긴장되잖아. 마른 침을 연신 삼키던 카게야마가 결정했다는 듯이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마주친 카게야마의 눈동자는 한없이 깊었다.
"평생 내 토스를 쳐라, 히나타."
카게야마의 입에서 나온 뜬끔없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어, 잠깐만. 토스? 평생? 평생이라는 건 어떤 의미? 평생이라는 건 계속 함께라는 거잖아? 계속 같이 배구하고 싶다는 걸까? 하지만 갑자기 새삼 왜? 같이 전국까지 간다고 이미 약속했었잖아?
"그거, 어떤 의미?"
"말 그대로의 의미. 네 녀석한테 토스할 수 있는 건 평생 나뿐이었으면 좋겠어."
어둠 사이로 보이는 카게야마의 볼이 붉다고 느껴졌다. 아, 그렇구나.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네 토스가 좋아."
평생 너가 올려 준 토스에 스파이크 치고 싶어. 이 말은 내뱉지 않았지만 카게야마라면 분명 알아줬을 거야. 카게야마가 손을 뻗어 내 볼에 살짝 얹었다. 싫으면 밀어내라는 말과 함께, 카게야마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맞닿은 입술이 뜨거웠다. 무언가 말캉한 것이 치열을 훑는 것 같았다. 아, 녹아 내릴 것만 같아. 한손은 모형총을 들고 한 손은 카게야마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서 있었다. 숨이 찼다 싶을 때 카게야마의 입술이 떨어졌다. 약간은 번들번들해진 카게야마의 입술이 눈에 띄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카게야마에게 안겼다.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 으으, 나 변태인가 봐. 좀 더 해줬음 좋겠어.
"으, 부끄러워."
"벌써 부끄러우면 어떡해. 자주 할 건데."
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자주 할 거라고? 이거? 하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이걸?!
"좋아하면 이런 것도 하고 싶은 거잖아."
그건 그렇다지만……! 다시 카게야마의 얼굴이 다가왔다. 입술이 마주치고 비비적 거리던 입술 사이로 카게야마의 혀가 또 다시 치열을 훑기 시작했을 때, 모형총을 든 손에 힘이 빠졌다. 결국 모형총은 손에서 떨어졌다. 두 팔을 들어 카게야마의 목에 걸쳤다. 혀를 무언가 말캉한 것이 감쌌다. 순간적으로 놀라 뒤로 떨어지려 하자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농밀한 입맞춤이 오고 갔다.
"……흠!"
이젠 무리. 숨막혀! 카게야마의 목을 감싼 팔을 내렸다. 두 손으로 어깨를 살짝 밀자 카게야마는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숨 막혀."
"……코로 숨 쉬면 되잖아. 그나저나 한 번 더 할까."
"……. ……너 이때까지 어떻게 참았어?"
"한 번 시작하니까 못 참겠어."
정말. 발뒷꿈치를 들어 카게야마의 입술에 살짝 맞춘 뒤 뗐다. 뗐다고 해도 카게야마가 다시 입술을 부딪혀 왔다만. 계속 쪽쪽거리던 녀석이 떨어졌을 때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아, 정말. 나 이거 첫키스였단 말야. 더는 무리. 심장 터질 거 같아."
순순히 그만두는 건지 카게야마가 히나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아, 왠지 편안해.
"너, 좋은 냄새 난다."
…이 말만 아니었다면. 오늘 아침에 황급히 씻고 나왔는데.
"야, 너, 빨, 빨리 치워."
"하아? 왜? …아, 너무 늦었나."
힐끔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카게야마가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늦었지. 통금시간은 없긴 하다만 부활 없다는 거 알고 계시니 조금 걱정하시려나. 잔디밭 위에 떨어진 모형총을 주워 든 카게야마가 고개짓하며 말했다.
"가자. 데려다 줄테니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카게야마를 쫓아 옆에 나란히 섰다.
"다음 번엔 내가 데려다 줄게!"
"됐거든. 너, 잡혀가기 쉬울 것 같아."
"너, 나 무시한 거지?!"
이래봬도 고1이거든? 사탕 준다고 따라갈 나이는 아니라고! 히나타가 모형총으로 카게야마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 좋은 생각났어. 카게야마와의 거리를 살짝 띄웠다. 퉁명스런 표정에서 의아함이 담긴 표정으로 바뀐 카게야마가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히나타는 짓궂게 웃으며 총 쏘는 포즈를 잡았다.
"쏜다, 꼼짝 마라!"
잠시 멍한 표정으로 히나타를 보던 카게야마가 덤덤한 표정으로 살짝 팔을 들어 항복 의사를 표하는 듯한 포즈를 지었다. 아, 정말. 그와 동시에 히나타가 끅끅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저거 맞춰 준다고 그러는 거지? 엉성하긴 하지만. 아, 어떡해. 카게야마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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