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화청]너하고 나

쿠로바스 | 2015. 3. 1. 12:23
Posted by 물빛녘

※카가아오

 

[쿠로바스/화청]너하고 나

written by. 티토

 

 

 

 아, 이건 좀 아닌 듯. 카가미는 침대에 널부러진 남자를 보고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술에 떡이 되어서 들어왔냐. …이건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발로 외투도 채 못 벗은 아오미네를 밀었다. 끙,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그대로 입을 쩝쩝 다시며 잠이 드는 녀석에 기가 막혀 얼굴을 발로 눌러줬다. …어, 그래도 안 일어나네. 이제는 경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카가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오미네의 외투를 벗겼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떡이 되도록 이 녀석한테 먹인 건지. 겉보기완 다르게 술에 약한 아오미네의 등짝에 손바닥을 날려준 뒤 일어섰다.

 

 일단 해장국이라도 만들어 둬야 할까. 앞치마를 둘러 맸다. 정말 저 녀석이랑 동거하면서부터 성가신 일도 많다니까. 아, 부엌에서 한숨은 좀 그런가. 어차피 같이 살자 한 것도 자신이었고. 아아, 어째서, 였더라. 언제부터 저 녀석이 좋아졌는지. 처음 붙었던 인터하이에서? 글쎄, 그건 아니었던 것 같고. 다시 붙었던 윈터컵? 아, 그 때는 조금 그랬을 지도? 좋다, 라고 느낀 건 언제부터였나.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 카가미는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냈다. 콩나물국이면 되겠지.

 

 라디오를 틀었다. 경쾌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목소리인데. 키세냐. 그러고보니 쿠로코한테서 들었던가. 라디오 방송 진행? 이것저것 주절거리던 키세의 목소리가 끊어지고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 팝송.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콩나물을 냄비에 집어 넣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카가미는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신음소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좀 줘? 무슨 소리야. 미심쩍은 표정으로 가스불을 끈 뒤 안방으로 걸어갔다. 엎드린 상태로 상체만 일으킨 아오미네가 보였다. 어, 깼나. …표정이 좋지 않은걸. 찜찜한 기분에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아오미네가 뭔가를 꾹 참는 듯한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아.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는 그대로 우웩. 아, 신이시여.

 

"Oh, my god."

 

 카가미는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다시 뻗어버린 아오미네를 바라보았다. 저, 웬수 덩어리. 해탈한 기분이 이런 건가. 걸레를 들고 와 닦았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바닥을 닦은 뒤 술 취한 주정뱅이를 응시했다. …다행아다. 침대에는 안 묻었네. 빨랫통에 쌓인 빨래들이 생각났다. 그건 또 언제 빨고 널고 한다냐. …우선 이 놈부터 어떻게 할까. 걸레를 대충 화장실에 던져 놓은 뒤 수건을 한 장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들고 온 수건으로 아오미네의 입가를 닦았다. 이 놈이 난 대체 뭐가 좋아서 같이 살자고 한 걸까. 한숨을 내쉬었다. …아, 눈 마주쳤다.

 

"으어, 으어아, 으어어……."

 

"외계생명체냐."

 

"시꺼어어, 머리 울려……. 허리도 아파……."

 

 카가미는 그 순간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자제력이 떨어져서 미안하다. 뒷목을 긁적이며 다른 한 손으로 아오미네를 굴려 제대로 눕혔다. 이불을 덮어준 뒤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야……."

 

"왜."

 

"너 취향 독특한 거 아냐."

 

 카가미는 고개를 돌려 아오미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또 어딜 가서 뭘 들었길래.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푸른색 천장이다. 푸른색……. 그러게 말야. 덩치가 큼지막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입가를 매만졌다. …나 그렇게 취향 독특했었나. 딱히. 타츠야가 남자를 사귄다는 것에도 별 거부감 없었으니 동성애에 대한 건 관대한 편이었고. …내가 이렇게 될 지는 몰랐지만.

 

"뭐, 어때. 좋아하는 데 이유 있나."

 

"…뭔가 짜증나는데, 너."

 

 …이건 싸우자는 건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아오미네가 몸을 뒹굴 굴려 벽을 응시했다. 아, 귀가 묘하게 빨갛다.

 

"I love you."

 

 놀려주자는 심보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에 무언가 부딪혔다. 얼굴? 고개를 돌리려고 하니 돌리지 말라는 조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진짜.

 

"…Me, too."

 

 푸핫, 웃음이 터져 버렸다. 정말 미워할 수 없잖아.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뭐, 나름 괜찮잖아. 너하고 나, 이렇게 둘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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